15개월 아기, 고열에 일주일간 시달리다.
3월의 첫째주, 새학기가 시작되는 주간에 우리 둘찌가 드디어 어린이집을 갈 때가 되었다. 전날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긴장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가 30분씩, 1시간씩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을 했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 낮쯤에 좀 뜨끈한데? 하고 생각했는데 놀이 컨디션은 좋길래 그냥 뒀다. 그런데 오후부터 아이가 38도가량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맑은 콧물도 주르륵 흐르는 걸보니 일교차가 심했던터라 여느 때처럼 감기에 걸렸구나 생각했다. 그날 저녁 8-9시쯤부터 38도 후반대로 생각보다 열이 꽤 올라있어서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다. 그러다 새벽2시즈음, 남편이 열을 재보았는데 왠걸 39.8도....!! 후덜덜.

월요일 - 고열의 본격 시작
벌떡 일어나서 해열제를 먹이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목 뒤, 겨드랑이, 등, 귀 뒤 등을 닦아 열을 내리는 걸 도왔다. 한 50분쯤뒤에 체온이 조금 떨어지다가 아침 7시에 다시 체온이 올라가고있었다. 혹시나 독감일까 싶었다. 독감검사는 열 발생 후 24시간 이후에 검사하는 것이 정확하다하여 최대한 오후시간대에 진료를 잡아두었다. 역시나 선생님은 바로 독감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결과는 음성. 전체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으나 기운이 떨어져 보인다고 수액을 맞고 가면 좋겠다하셨다. 그런데 둘찌는 워낙에 더 난리(?)법석의 아이인데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원래의 양만큼 밥을 먹었던 터라 굳이 수액까지 맞아야하나 싶어서 거절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먹이는거 잘 챙겨주시라며 좋아하는 건 뭐든 챙겨주라고 하셨다. 또 항생제는 처방하지 않고 콧물기침약만 처방해주셨고 수요일에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집에 와서 쉬다가 저녁을 먹이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조차도 아주 조금만 먹고 말아버린다. 수액... 맞을걸 ㅠㅠ 후회했다. 한치앞을 모르는 나란 엄마. 아침에 일어나서도 뭐 안먹으면 바로 수액맞으러 가려고 다음날 오전으로 진료예약을 해두었다.
화요일 - 금방 나아지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여보니 다행이도 잘 먹었다. 그리고 열 간격도 미미하지만 40분-1시간으로 길어졌고 38도 넘으면 바로 먹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체온도 39도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어제처럼 쳐져서 잠만자지 않았고 노는 것도 잘 놀았다. 그래, 금방 나을 지나가는 감기지 뭐~

수요일 - 편도염 발현
남편이 새벽에 3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가며 열심히 체온을 쟀다. 38도가 넘지않는다. 그런데 새벽 6시, 남편이 갑자기 벌떡일어나 아이를 만져보더니 체온을 급히 쟀다. 39.7도.
3시간 간격으로 열체크를 한 남편의 지성에도 불구, 아이의 체온이 갑자기 또 확올라버렸다. 헉헉 대는 아이. 우리는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큰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선생님께 어제는 잘 놀았지만 오늘 아침에 또 열이 39도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목을 체크하시는데 "편도염이 생겼네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목구멍에 하얀 점 두개가 나있었다.

선생님께서는 편도염은 결과고, 이 편도염을 일으킨 원인이 독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셨다. 만약 원인이 독감이라면 항바이러스제도 치료를 해야 나중에 후유증이나 합병증 유발도 훨씬 적어진다고 하셨다.
월요일에 독감검사를 했더라도 애매하면 다시 해보기도 한다면서 말씀하셨다.
이와중에 새삼 정말.. 이렇게 상세하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은 정말 처음이다. 그래서 내가 한일병원 소아과에 오는 이유다.

아무튼! 그래서 독감검사를 하러갔다. 월요일에는 사람이 없어서 번호표를 뽑자마자 내 순서였는데 이번에는 왠걸 대기인원 20명.... 후덜덜 검사를 받고 검사결과가 나왔어야 할 시간에 검사를 하게되어서 더 많이 대기했다.
검사하고 올라갔더니 아이는 응아를 해서 응아도 갈고 만신창이가 되어 진료를 맞이했다. 독감 검사는 또 음성. 독감이라면 무조건 격리해야할 상황에 까마득하긴 했는데 다행이긴했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또 "콧물기침약을 굳이 먹어야 할까요?" 물어보시길래 나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아이가 약먹기를 너무 싫어한다고 말하니 그러면 항생제만 처방해주신다는 것도 정말로 너무 배려왕. 그리하여 항생제로 하루 2번만 먹이면 되긴한다만, 그 약은 또 어떻게 먹일지 걱정스러웠다.
약 먹기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우리 둘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약을 먹는게 싫은 것 같기도한데 그렇다고 자의로 먹지도 않아. 어떻게하란 말인가. 약 먹일때마다 거진 고문타임이었다.

목요일 - 항생제야, 힘을 내라!
'항생제를 먹기 시작하니까 이제 금방 열이 잡히겠지?! 혹시 상태가 괜찮다면 어린이집에 한시간 정도만이라도 보내볼까? 목요일은 어렵더라도 금요일은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헛된 희망이었을 뿐이다.
여전히 38.5~39.8가량을 계속 넘나들었고 아이는 또 쳐졌다. 밥도 잘 먹지 않았다. 요거트만 겨우 먹을뿐이었다. 약을 먹은걸 너무 뱉은 탓인가. 항생제가 도통 힘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점점 걱정이 커져가다보니 첫째때는 어땠는지 찾아보기도하고 (돌지나고 약 1주일간 38-39도정도 앓긴했으나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돌치레에 대해서도 찾아보다가 요로감염이라면 열이 계속 날 수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또 그렇다면 입원치료를 해야한다는 것도 주변 지인으로부터 익히 알고있었다. 그래서 내일 진료를 가면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마음을 잡았다.
금요일 - 입원엔딩
입원하면 필요한게 뭘까, 일단 기저귀를 넉넉히 챙겨보자. 그리고 아이 간식과 물을 챙겼다. 그리고 나를 아는 나는 반팔위에 긴팔을 입었다. 이렇게 뭔가를 많이 해야하는 날은 분명히 진땀을 뺄 나를 알기에.
그런데 아침에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뭘 더 챙길 수도 없었다. 마음은 먹고갔지만 그뿐이었다. 충전기라도 챙길걸.. 허허
아침에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어때요?" 하시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괜찮아요ㅠㅠ 열이 계속 39도 넘어가요" 하니까 선생님이 입원치료를 권하셨다. 일전에는 편도염이 작은 점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크게 빵 나있다고 항생제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사 항생제를 투약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마음을 먹고왔던터라 놀라지 않았고 스르륵 입원수속을 했다. 매번 소아과 갈 때마다 입원판정(?) 받는 아이들과 부모를 보면서 얼마나 심각하길래 입원까지 해야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되었다.
입원수속
입원수속해주는 직원이 "3인실,5인실 있는데 어떤거 하실건가요?"
내가 "3인실 해주세요" 라고 말하니, 직원은 "네 3인실 58,000원입니다." 하고 병실쪽에 연락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그럼 5인실은 얼마지? 하고 통화하시는 분에게 다시 물어봤다.
"5인실은 8,000원이요"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한테 일단 한번 물어봐야지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잠시 홀딩했다. 남편은 내가 편한대로 하라고 하길래, 3인실로 FIX했다. 전에 친구가 아들 일주일 입원하는데 다인실썼다가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한게 스치듯 생각이 났다.
직원이 3인실 배정을 마치고 본관 병동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나에게 어딘지 아냐길래, 남편이 있었던 곳인가? 싶어서 "저쪽으로 가면 되죠?" 라고 했더니 내가 알고있는 그 루트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때 짐을 챙겼어야 됐는데 물 흐르듯이 그냥 올라가버렸다.ㅋㅋ 과거의 나자식...정신채려! 병동으로 올라가니 간호사님께서 처음 입원하시니까 이것저것 확인해야할 사항들을 질문했다.

아이의 출생시 정보, 부모의 직업, 부모/조부모 중에 암 이력이 있는지 등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병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받고 병실로 배정받았다. 3인실에 이미 2명이 있었고, 우리가 나머지 한자리를 차지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잠시 앉아있었는데 간호사의 콜이 왔다. 간호사실에 가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바늘을 찔러야 할 타이밍이 되었다.
아이의 그 작은 손에 바늘을 촥 꽂고 피검사를 위해 내 기억으로 한 4-5병에 피를 담아갔던 것 같다. 아이는 우느라 땀이 뻘뻘났다. 이제부턴 수액줄과 한몸타이밍. 이어서 소변검사를 위해 소변주머니를 붙였다. 여아라 소변이 잘 안모아지긴 할거라고 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혹시나 바늘이 빠져서 몇번을 찔러야되는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능숙한 간호사샘들이 딱딱잡고 한번에 해주셨다. 휴우

병실로 돌아와 아이를 안고 있으니 아이가 잠이 들었다. 1시간 정도 자고나니 주치의 선생님께서 회진오셔서 피검사 결과를 알려주셨다. 염증수치 5가 정상이라면, 아이는 90으로 많이 높은 편이라고 하셨다. 아이가 어려서 병원 생활이 힘들 수 있으니 염증이 그렇게 높지 않으면 입원까지는 안하도록 해보려했으나,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서 입원치료는 계속 해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백혈구 수치도 지금은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조금 높게 나왔고, 빈혈도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전부터 일반진료 볼 때 빈혈이 있는 것 같은데 몇번 말했지만 딱히 걱정하진 않았는데 이것 또한 문제였구나. 여러모로 아이의 건강에 대해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테로이드제를 하루 2번 투여하고, 콧물기침 시럽을 함께 복용했다. 먹는 약을 너무 안먹어서 약을 받는 순간 또 한숨이 나왔지만 열이 떨어져서 그런가? 생각보다 잘 먹었다.
험난한 입원생활 반일차
엎친데 덮친격으로 나에겐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매직, 그것도 가장 양이 많은 2일째였다.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두고 화장실을 갈 수 없었고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식사한 식판은 왜 안가져가는지 아니면 어디다 두어야하는지 말을 해주든가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아이 기저귀는 오물처리실에 버려야한다는 문구도 화장실에 몇 번 버리고나서야 나중에 보았다. 아이가 소변은 자주 보는데 소변주머니가 도대체 소변을 모을 수 있는 구조이긴 한건지 뒤로 다 새버려서 전혀 모이지 않았다. 몇번의 시도끝에 10ml 겨우 모아서 보냈다. 아이는 응아도 싸고, 쉬도 새서 바지도 갈고 그러는 동안 내 옷엔 물로, 쉬로 다 젖고 아이 약도 묻고 정말이지 너무 최악의 상황이었다. 남편이 언제오나 기다리면서 아이 밥을 먹이는데 또 뒤로 나자빠지며 찡찡대지.. 짜증이 극에 달했다. 저녁 6시 20분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큰애가 종알종알 대면서 병실로 들어왔다. 알려줘야 할 사항들을 전달하고 나왔다.

집으로와서 바로 샤워를 하고나니 모든 것이 한결 나아졌다. 조금 쉬다가 저녁 8:30쯤 남편에게 다시 추가적으로 갖다줘야할 것들을 챙기고, 타코야끼도 사가지고 갔다.
미션임파서블 - 아이의 시선을 피하라

가는동안 아이가 꿈뻑꿈뻑 잠이 들고 있으니 눈에 띄지않게 조심히 들어오라는 남편의 메시지.
병실 문을 열고 미션임파서블인 냥 쭈그려 들어가서 짐을 전달했다. 아이가 잠들면 얼굴이라도 다시 한번 보고 갈까싶어서 기다렸는데 쉽게 잠들진 않았다. 한참 앉아있다가 가려고 나가는 순간 잠들어서 들어와서 남편 간식 먹을 시간을 주고 나는 병실을 정리했다. 그렇게 힘들게 하루종일 봐놓고 잠든 얼굴을 또 보고가려고 하는 나도 참, 엄마가 되어가는 구나싶었다. 정리를 마치고 남편과 아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와 큰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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