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빨래하기 with 석회물
전날 다 하지 못했던 빨래를 마무리했다. 석회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섬유유연제를 못써서 그런지 이유는 알 길이 없으나 빨래가 너무도 뻣뻣해졌다. 심지어 검은 옷에는 희끗희끗 무늬가 생겨버려서 한국에서 다시 빨면 괜찮아지겠지... 두려워하며 빨래를 마쳤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소중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깨끗한 물에 건조기까지 삭 돌리고 나면 향긋한 냄새와 부드러운 세탁물이 되는 감사함.
부다페스트 주부 코스프레
남편이 출근한 사이 나는 또 부다페스트에 사는 시민처럼, 대충 추리닝을 입고 아기를 둘러메고(?) 마트에 갔다.
자칭 날씨요정인 나는 청명한 하늘을 보고있자니 평생 이렇게 살고 싶어 졌다. 남편 출근한 사이 날씨 좋은 어느 멋진 곳에서 귀여운 아가를 키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은 이리도 가까이에 있거늘.
루이보스 카라멜 티 lover
숙소에서 기본제공되는 차 중 루이보스 바닐라 맛이 있었다. 먹어보고 너무 내 스타일이어서 갈 때 좀 사가자 싶어 그간 마트를 둘러보고 다녔는데 바닐라뿐 아니라 캐러멜 맛도 있었다. 캐러멜맛을 사서 두 개를 비교해 보니 캐러멜 맛이 훨씬 풍미가 깊었다. 그래서 부다페스트 특산품이나 기념품이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으니 대신 이것으로 가족들 선물을 하기로 했다. 만약에 안 먹는다 하면 내가 먹을 요량으로?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루이보스 카라멜티를 박살 냈고, 언니는 티를 잘 안 먹어서 고스란히 내 손에 들어왔다. 뭐.. 다른 선물도 같이 했으니 준 셈치자.
헝가리에 있을 동안 파프리카 소스가 영 안와닿아서 결국에 사지 않고 왔긴 했으나 요즘 아기 이유식을 만들면서 김치에 사용하는 고춧가루 대신 안 매운 파프리카 가루를 쓴다던데 그걸 위해서라도 여기서 하나 사 올걸 살짝 후회했다.
부다페스트 마트 빵 구매하기
언젠간 한번 먹어보자 생각했던 빵을 드디어 사보았다. 가장 저렴한 빵 두 개와 속에 잼이 들어가 있는 빵 하나를 샀다.
결론적으론 저렴한 게 내입맛에는 제일 맛있었다. 동그란 것, 크루아상형태의 빵이 각각 59ft (한화 약 200원), 애플파이가 189ft(한화 약 700원). 최근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빠니보틀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구매한 바게트를 먹으며 겉바속촉이라고 했는데 그 맛표현이 딱이었다. 동그란 빵이 특히 그랬다. 완전히 내 스타일. 남편은 잼이 들어간 게 제일 맛있다고 했지만 나는 담백한 그 빵에게 별점 5개를 주었다.
아기는 고새 푹 잠이 들어 낮잠을 자는 사이 외출준비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
https://maps.app.goo.gl/Ymujw3vkRpwY52pV7
뉴가티역에 대합실을 개조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꼽혔다는 맥도널드에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 점심시간에 맞춰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날 뉴가티역에 또 와야 하긴 했지만 아침 9시 기차라 아기를 데리고 준비하자면 햄버거를 먹을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2024년 2월 기준 지금은 임시휴업으로 나온다.)
푸른 하늘에 예쁜 건물들 사이로 삼성 로고가 뿅, 해외에서 맞이하는 국내 브랜드는 늘 반갑다. 특히나 부다페스트는 삼성 기업이 이곳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의 위상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최근 헝가리 총리가 연설 중에 한국에 대해 7분 동안이나 발언을 할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고 하니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생각보다 '세계에서 가장'을 붙일 정도인가? 란 생각을 하긴 했다. 워낙 예쁜 카페들을 많이 봐온지라 큰 감동은 없었으나, 뭐... 맥도널드 중에서 예쁜 것은 그럴 순 있겠다.
좌석이 많았는데 창가 쪽엔 해가 너무 들어 적당히 시원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햄버거를 받아서 먹고 있는 아기가 테이블 위에 간식을 내던져서 남편이 잡으려다가 뚜껑이 열려있는 콜라를 와장창 쏟는 바람에 그때부터 우리의 멘털은 1차로 나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자리를 정리하고 이동하기로 했다.
뉴욕카페
https://maps.app.goo.gl/ppDPsh2wD27SzR7x8
갈까 말까 고민했던 곳 중 한 곳인데, 그래도 유명한 카페라 하니 마지막 날 한번 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뉴욕에서 세운 회사 건물이었는데 그 밑에 있던 카페였고 지금은 위층에 호텔이고 아래층은 관광지이자 레스토랑카페가 되었다고 한다.
멀리서부터 줄이 꽤 길게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다페스트 여러 관광지중에 처음으로 줄 서서 들어가 보는 경험을 했다.
줄을 한 20분 정도는 섰던 것 같다. fast line도 있었지만 미리 예약하거나 호텔에 묵는 사람들의 특권이었다.
내부에서도 줄을 좀 섰는데, 기다리면서 보이는 광경은 마치 도떼기시장 같았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2인석으로 붙어있었는데 부디 저 자리에는 배치되지 않길 바랐다. 다행히 우리는 아기와 함께 있어서 3인으로 치고 구석 넓은 자리에 배치받았다.
고풍스러운 내부인테리어가 멋지긴 했지만 이틀 전에 먹었던 파리 패서주와 비슷한 느낌이라서 가성비로 따지면 여기보단 파리패서주가 훨씬 좋았다.
아기의자를 달라고 했는데 아기의자가 너무도 더러워서 닦아줄 줄 알았는데 그냥 갖다주었다. 그래서 닦아달라고 했더니 눈이 잘 안보이시는 건지 그냥 대충 쓱 닦고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물티슈를 꺼내서 더 닦아서 앉혔다. 인종차별인 건가.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1인당 커피 한잔 시킬 정도로 오래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커피하나 디저트 하나를 시켰다.
아메리카노 3150ft(한화 약 11,000원) , 레몬무스케이크 4025ft (한화 약 15,000원). 가격이 딱 호텔 커피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맛이 엄청나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는 주변 분위기가 번잡스러우면 기가 많이 빨리는 타입이라 더더욱 맛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게다가 아기는 계속 찡찡 댔고 응아까지 싸는 바람에 남편도 아기를 고군분투 씻기고 와서 지쳐있었다.
그래서 여유 따윈 없고, 그 비싼 디저트를 후다닥 먹고 집에 가서 재정비 후 나오기로 했다. 우리에겐 그냥 머르기트 섬이 딱이다. 자연친화적이고 평온하고 사람 없는 곳 원츄... 기 빨려 기 빨려.
부다페스트 아이(eye)
부다페스트는 슬프(?) 게도 옆나라에서 예쁘고 괜찮은 게 있으면 따라 만드는 게 많다고 하는데 영국의 런던아이를 따라 부다페스트 아이를 만들었지만 올라가서 볼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타는 사람이 거의 없고 한번 타면 홍보를 위해서라도 안 내려 줄 정도로 한산하다고 한다.
벨바로쉬 루카스 식당에서 부다페의 마지막 만찬을
https://maps.app.goo.gl/tJYcRyGBDLtLuQ8w9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으려나 두근두근 대며 들어가 보았는데 자리가 한자리 있는데 7시에 예약이 있어서 그전에 식사를 마칠 수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어차피 아기와 함께라 길게 앉아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빠르게 식사하면 가능할 것 같아 냉큼 들어갔다.
이곳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고 특히나 아기가 춥거나 모서리에 부딪힐까 엄청 걱정하시면서 담요도 챙겨주셨다.
여기에서도 남편은 슈니첼의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렇지만 처음 먹었던 그곳의 맛을 아무 데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나는 퇼퇴르( tolttot )?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치찜 같은 느낌의 양배추찜 요리를 시켰다. 처음 먹었을 땐 딱 김치찌개다 생각했는데 남편은 먹어보더니 여전히 느끼하다고 했다.
나는 정말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친절한 사장님 덕에 마지막 부다페의 저녁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이 나가야 하므로 다른 곳은 더 보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하늘색이 너무도 그림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또 다른 기념품샵에도 괜히 한번 더 들렀다가 여기가 큐브가 유명하다고 해서 우리 아가 장난감으로 구매했는데 우리가 아는 큐브가 아니라 스네이크 큐브였다.
당황스러워 그냥 쭉 늘어진 큐브를 내버려 뒀는데 그날 밤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한번 맞추더니 그 뒤로 어느 상점에서든 저 스네이크 큐브만 보면 다 맞춰놓기 시작했다는 후문..
마지막까지 잘 놀았다. 안녕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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