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3일 차이자 마지막 날, 아기가 밤새 잠을 잘 못 자길래 거실에 나와서 나와 함께 잠을 청했다. 체온계를 안 가져가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열도 좀 나는 것 같았다. 침대가 좁았던 건지 아기 혼자 소파에서 자니까 잘 잤다. 나는 아기가 떨어질까 그 밑바닥에 누워 걱정하다 보니 거의 못 잤다.
아침으로는 첫째 날 사두었던 제주 딱새우라면과 고기로 해결했다. 원래 다음날 먹으려고 사뒀던 음식들인데 둘째 날 아침으로 식당 갈치관에 가는 바람에 계속 먹을 타이밍을 노리던 중 가기 전 아침으로 딱 먹었다. 역시 라면은 그냥 진리다. 고기도 너무 맛있었다.
숙소 앞에서 아기 사진 한번 찍어주고 비행기 시간까지 꽤 남아있어서 어딘가 들러야 했는데 아기가 밤에 열이 나서 다른 식구들이 관광할 동안 우리 세 식구는 카페에서 좀 쉬기로 했다.
어바웃커피라는 곳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먹는데 매장디퓨저 냄새가 날 힘들게 했다. 프릳츠카페에서는 오래오래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기는 아무래도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까 조금은 낡아있었다.
시댁 식구들의 관광이 끝난 후, 점심 식사를 하러 다시 만났다.
검정보리마씸-보말칼국수,보말죽
규모가 크지 않은 식당이었던지라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차 있어서 우리 식구들은 나눠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서빙받는데 아기가 이쁘다고 말을 건네는 사장님을 우리 아기가 무서워했다. 그 바람에 내가 다 민망했다. 아기 먹으라고 보말죽도 조금 주시고 음식도 싸주셨는데 아기는 끝까지 웃지 않았다. 우리 아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갑자기 확 달려들어 인사하면 너무 무서워한다.
용두암 : 용의 머리모양 암석
식사를 마치고도 비행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서 어딜 갈까 고민하다 용두암에 가기로 했다. 아기는 잠이 들어 남편이 아기를 돌보고 나는 시댁식구들과 구경을 갔다. 용두암도 처음 가본 제주 관광지였다. 주차비가 드는 곳이었는데 월요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었고 관광지 역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구경거리는 용머리 모양의 암석. 아버님은 그것과 더 가까이 멋있게 찍을 수 있도록 높이 올라가 앉으셨다. 하늘이 맑아서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왔다. 화산석으로 둘러싸인 벽을 넘어가니 안쪽에는 해녀들이 막 잡아온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노상점포가 있었다. 우리는 먹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먹고 있는 몇몇 분들을 보니 꽤나 낭만 있어 보였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눈에 담으며 화산석 길을 따라 조금 걷다 올라갔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입구에서 굴뚝빵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어머님이 하나씩 사 주셨는데 아이스크림의 주황빛이 너무 예뻤고 감귤맛이 상큼하니 맛있었다. 그렇지만 그 밑에 굴뚝빵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용두암을 마지막으로 우린 공항으로 향했다. 시간은 2시였는데 딱히 어디 갈 곳도 없고 렌터카를 반납하고 들어가야 하니 시간이 여유 없을 수도 있어 서둘러 갔다. 우리가 렌터카를 반납하고 셔틀을 타 앉아있다 보니 카시트 업체에서 카시트를 회수해 갔다.
순성 카시트가 넓다고 해서 이번에 한번 이용해 봤는데 태우는 건 넓어서 좋았는데 아기가 살짝 눕도록 되어있지 않고 바짝 서있는 형태다 보니 주행 중에 조금만 급정거해도 아기 목이 툭 떨어졌다. 아무튼 남의 물건은 불편한 법인가 보다.
제주공항에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아기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갔는데 좀 큰 아이들이 점령하고 있어서 우리 아기는 살짝 치였다.
그리고는 아기가 계속 찡찡대서 밥을 먹이러 수유실에 갔는데 쾌적하고 좋았다. 수유실은 게이트 곳곳에 있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기는 계속 울음….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고 덩달아 내 멘털도 털리고 있었다.
비행기는 무사히 이착륙을 했으나 도착해서 집 가는데 퇴근시간이 걸려버려서 집까지 오는데 2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집에 와서 거의 뻗었다.
아기와 함께하는 제주도 2박 3일 일정은 너무 타이트했다. 짧은 일정과 단체 여행이다 보니 아기 컨디션에 맞춰 다닐 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은 가능한 길게, 그리고 여유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제주 여행기를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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