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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nic/Budapest and Prague

[동유럽여행] 아기와 헝가리여행 - P의여행 그리고 겔레르트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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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아침형 인간

일찍 잔만큼 일찍 일어난 데다 전날 저녁도 안 먹고 자서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숙소 근처에 아침을 하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고 대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왔다. 
 

숙소 근처 식당가

 
이 바보들, 오픈시간은 안 보고 나와서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데 우리는 8:30에 나와버린 것이다. 30분 기다리기 지루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며 나섰다. 전날 사두었던 교통권 유효시간이 1시간가량 남아있어 그걸 더 이용하기로 했다.
 

우당탕탕 아침여행

 
엘리제베트 다리를 건너서 트램을 타러 부랴부랴 갔다.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오기 힘드니까 두 정거장 후에 하차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1분 사이에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트램을 탔다. 그리곤 다리를 건너가는 길이 꽤 길어서 다리 넘어가는 버스를 빠르게 서치 해서 버스도 올라탔다. 그때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웃기다.
 
"저거다! 다다다- 바로 들어온다! 다다다- "
 
 

 
 

P의 여행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버스가 좌회전을 해서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이 버스, 왜인지 그냥 직진을 해버린다.
 
남편 : 이거 그쪽 가는 방향 맞아??
나 : 어! 어?? 다리 건너가야 되는데 직진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스럽게도 제대로 노선을 확인 못한 나는 엉뚱한 동네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내렸다. 다시 돌아가자니 정류장이 너무 멀고 교통권 유효시간도 빠듯했다. 
 

 
 
https://maps.app.goo.gl/jGUZ8E735yf48r5PA

Bartók - Reggel, Délben, Este · Budapest, Bartók Béla út 9, 1114 헝가리

★★★★☆ · 음식점

www.google.com

 

아침식사 9965ft (한화 약 37,000원)과 너무 즐거운 나?!

 
배도 고픈 상태니 근처 식당을 찾기 위해 지도를 켰더니 마침 우리가 가기로 했던 겔레르트 온천 근처였던 것이다. 안 그래도 아기 입장이 가능한지 문의하러 들르려고 했는데 잘됐다 싶어서 더더욱 그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거의 오픈시간대라 사람도 많이 없어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든든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분위기 내며 먹기에 괜찮은 아침이었다. 더듬더듬 헝가리어로 주문을 하고 추석당일이라 가족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영상통화도 했다.
 
 
https://maps.app.goo.gl/2TMkyLgy1w56bVJK7

Bartók Pagony · Budapest, Bartók Béla út 5-7, 1114 헝가리

★★★★★ · 서점

www.google.com

 
식사를 마치고 겔레르트쪽으로 가는 길에 아가 도서와 장난감을 파는 상점이 있어서 홀린 듯 들어갔다. 북유럽은 아니지만 북유럽 감성의 장난감들과 책이 있어서 아기 친구 선물과 아기 장난감을 고르느라 거의 1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가격대는 한국보다 아주 조금 저렴해서 굳이 무겁게 짐을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이왕 온 김에 소비하고 싶은 우리는 몇 가지 아이템을 겟챠 했다. 이제는 우리 것보다 아기 것 보는 게 더 재밌어진 우리... 아기중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안 사고는 못베길껄?' 하는 장난감과 도서들 ㅠㅠ 너무 예쁘다

 
 
한참을 구경하다 남편이 제발 가자고 해서 나왔다.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나 : 여보, 이게 P의 여행이야. 그냥 아무거나 잡아타고 아무 데나 내렸는데 뜻밖에 괜찮은 곳들을 발견했을 때 너무 재밌어!

겔레르트 온천 - 13개월 아기입장이 가능한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입장은 가능하나, 물에 들어가진 못했다.
겔레르트에 직접 방문해 문의해보았는데 방수기저귀를 하더라도 아기 입장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통 4-5세는 되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현지 가이드들에게도 물어보았으나 세체니는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곳들은 못 들어간다고 했다. 이분들도 이렇게 어린 아가손님을 맞이해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셨다.

너무 시크했던 매표소 직원분

 
 
그래도 여기까지와서 헝가리 주요 관광지인 온천을 안 가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서로 번갈아 아기를 보더라도 가기로 했다. 우리는 빨리 숙소로 돌아가 온천 갈 준비를 해서 나오기로 했다.
 

겔레르트 온천 준비물

수영복
슬리퍼
세면도구
수건
비치타월
갈아입을 옷

*수영복 - 남편과 아기 수영복은 잘 갖추어졌으나 내 것이 좀 애매했다. 래시가드가 안된다고 했는데 나는 반팔수영복 + 치마라 그냥 외출복 같은 느낌이어서 이것도 사전에 문의해 보았는데 직원이 아주 시크하게 된다고 말했다.
 
*슬리퍼 - 슬리퍼는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가 되어있어서 우리는 잊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갔다.
 
*비치타월 - 야외에도 있고 내부 시설도 있지만 우리는 아기가 있어서 노천탕에 나갈 때는 필수 필수였다.
 

저희 들어갑니다 겔레르트 온천씨

겔레르트온천 - 프라이빗 라커룸 (CABIN)

요금은 성인 1인당 10,900ft(한화 약 48,000원) , 라커룸 1,000ft(한화 약 3,700원) 가량 했다.
우리는 아기와 함께니 프라이빗 라커룸을 해서 좀 더 편하게 이용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비용차이도 많이 안 났는데 그만큼 공간이 굉장히 좁고 내 느낌엔 마치 수용소 같았다. 공기 순환을 위해서인지 아래 구멍도 뚫려있는 간단한 라커룸이었다.

수용소 같은 느낌의 배치, 조명 그리고 사이즈

 
 

겔레르트 온천  - 노천탕

처음에 어디로 나가는 거지 헤매다가 밖에 있는 노천탕으로 나갔다. 이날 좀 흐려서 날씨가 쌀쌀했는데 사람들이 꽤 앉아있었다. 오히려 이런 애매한 날씨에는 더더욱 노천탕이 인기니 말이다.
하지만 아기에겐 너무 추울 것 같았고, 서로 번갈아 나갔다 들어갔다 하는데 젖은 상태로 물밖에 나와있으니 더더욱 추웠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서 우리는 내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기는 언제나 시선강탈

 

겔레르트 온천  - 내부 목욕탕

처음 본 겔레르트온천의 인상은 마치 우리나라 일반 목욕탕 같은 느낌이었다.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 이 정도 규모일 거라고도 생각은 못했어서 큰 감동은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탕에 번갈아가며 몸을 담그고 아기와는 겉에서 구경만 조금씩 하다가 아기 발 정도는 담가도 되겠다 싶어서 민폐지만 계단 한쪽 구석에 조심히 자리 잡고 놀았다. 다행히도 안에 계신 분들이 아기를 흐뭇하게 봐주시고 계셨다.

 
작은 수영장도 있었는데, 나는 수영모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친구가 선물해 준 너무도 깜찍한 아기 수영복을 이렇게 해외에서 개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아기와 사진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귀염댕이 내새뀌

 
 
물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는 탕이 있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어디인지 보이지가 않았었는데 남편이 혼자 부지런히 돌아다니더니 더 안쪽으로 공간이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겔레르트 내부 안내표지판

 
이동하는 길에 있던 사우나실은 너무도 안락해 보였다. 우리도 마사지를 하고 싶었으나 아기와 함께 하는 여행에선 사치다.
다음 기회에... ㅎㅎ

안락한 조명과 내부인테리어

 
40도 온탕에 들어서니 입이 떡 벌어졌다. 옛날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사용했을 법한 내부 인테리어가 멋졌고, 40 ºC라고 적힌 문구가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김이 펄펄 나는 그야말로 '지지는' 느낌의 40도는 아니었고 그냥 따뜻한 물 정도였다. 40도 맞아?!

월리를 찾아라?!

 
 
반대편에 38도 온탕에서 역시 계단 한편에 아기 발을 담그고 놀았는데 아기가 너무 좋아했다. 이때 어차피 물에 안 들어가니 방수기저귀도 안 하려 했는데 남편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수기저귀를 채우자고 했었는데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무아지경으로 첨벙첨벙 재밌게 노는 바람에 몸을 물에 담근 것처럼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만난 무아지경 아가

 
 
 

피자인가 피자빵인가? - 랑고스(LANGOS)

https://maps.app.goo.gl/najiHFjeRvbXpYxYA

Krumplis Lángos · Budapest, Váci u 76, 1056 헝가리

★★★★★ · 음식점

www.google.com

 
 
적당히 목욕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기를 하려고 식당을 찾아보다가, 문득 어떤 유튜브에서 보았던 헝가리 간식거리 랑고스가 생각나 먹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미트러버 랑고스와 어니언 랑고스를 시키고 나는 맥주를 다급히 시켰다. 임신기간 10개월 + 모유수유 1년가량 하는 동안 간단한 맥주 한잔 맘 편히 먹어보지 못한 나는 여행동안 맥주를  열심히 찾아 마셨다. 우리나라 카스 같은 느낌으로 이곳 국민 맥주인 소프로니 (SOPRONI)를 마셨는데 피곤 + 목마른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피자배달원같은 우리남편

 
 
빵은 살짝 페스트리 같으면서도 찰떡빵 같은 느낌의 도우에 간단하게 올라간 토핑들이 꽤 맛있었다. 생각해 보면 도우가 중국에서 먹었던 요우티아오(油条)같은 맛이랄까? 아주 맛있게 먹었다.
미트러버가 3400ft(한화 약 12,000원) , 어니언이 2900ft(한화 약 10,000원), 맥주가 960ft(한화 약 3,600원) 가량.
피자스쿨 피자 같은 느낌으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남편은 랑고스를 부랴부랴 먹은 후 일 하러 갔고, 아기는 가는 동안 이미 잠이 들었다.
 

맨발의 아기, 곯아떨어졌다.

 

첫 야간 나들이

남편은 일하고 돌아오고 아기도 시차적응을 조금 해서인지 저녁에 다시 잠이 깨서 우리는 마트 구경을 하러가기로 했다.
해외여행에선 마트구경이 참 재밌다. 우리나라에서도 마트구경은 재밌긴 한 것같다.
 
숙소 근처에 있던 마트는 LIDL라는 곳이었고 우리는 역시 가자마자 아기 이유식과 기저귀를 살폈다.
우리가 가져갔던 파우치형 맘마밀 이유식만 먹기엔 너무 지겨울 것 같아서 혹시 여기서 특식처럼 먹일 만한게 있을지 싶어 구경했다.
 

LIDL 입구, 건물이 멋지다.
이유식과 기저귀

우리의 제일 큰 캐리어는 모두 아기 짐이었는데 그중에 80%가 아기 음식과 기저귀 때문이었다. 기저귀는 부피차지를 많이해서 나중에 해외여행 가면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현지에서 공수해서 쓰기로 했다.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니까 다 있지! 이유식은 딱히 맛있어 보이는 건 없었고 아기 과자만 한두개 사가지고 들어가려 했는데 과자는 없었다.
 
 

마트안에 빵이 다양하다

이곳은 특이하게 사람들이 마트에서 빵을 주로 사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처럼 빵집이 많이 보이지 않았던게 바로 이런 시스템 때문이었나보다. 빵도 저렴하고 맛있어보이는 게 많았다.
 
 
 
아침 일찍부터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아쉽지 않은 하루였다.
 

베지채블
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