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적응 실패 - 새벽기상
현지시간 새벽 4시(한국시간 오전 12시)에 잠이 깬 아기 덕분에 우리 모두 잠들어버려 하지못했던 짐정리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부터 사부작 거리는데 아가는 한참 놀다가 밥을 먹고는 또 잠이 들었다. 그사이 우리는 오늘 있을 투어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24시간 교통권이 필요했던지라 남편은 교통권 구매 겸 물을 사러 가기로 해서 어떤 가게든 문 여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남편은 그 와중에 교통권 구매방법을 야무지게 사진 찍어가며 구매해 왔다. 교통권 구매방법은 남편 포스팅으로 기대해 보아야겠다.
남편이 교통권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열려있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물과 아침을 사 왔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첫끼였는데 비주얼은 별로 기대가 안됐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순식간에 흡입했다. 가격도 착했다. 클럽샌드위치가 990ft(한화 약 3,400원), 페퍼살라미파니니가 800ft( 한화 약 3,000원) 정도였다. 그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작은 것에도 감동받는 것이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우리 숙소에는 발코니 공간이 있기에 괜히 나가보았다. 그런데 조금 앉아있기만 했는데 춥기도 하고 뭔가 아주 깨끗한 외부가 아니어서 다시 거실로 들어와서 먹었다. 첫날 아침부터 차가운 샌드위치를 먹으니 괜히 체하면 안 되니까요?ㅎㅎ
여행 첫날, 현지 가이드 투어를 하자!
나는 20대 때 첫 유럽여행을 제외하고 현지투어를 무조건 했다. 처음에는 무슨 가이드 여행이냐 그냥 우리가 발길 닿는 대로 보는 대로 느끼는 자유여행이 최고지! 란 생각에 마구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다음 해부터는 한 도시여행이라 현지투어를 해보니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딱 맞았음을 깨달았다.전문가를 통해 관광지의 역사를 들으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지고 그 여행지에 대해 기억하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변 맛집과 현지인들의 문화나 생각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게 된다. 100% 단체 & 가이드 여행도 아니고 현지에서 하루 정도 또는 반나절 정도만 단체로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크게 부담도 없다.
그러므로 여행 첫날, 앞으로 시작될 여행을 알차게 꾸리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 투어 강추!!
마이리얼트립 부다페스트 시내워킹투어 (오전 2시간)
우리는 여행 전부터 현지투어를 찾아보았다. 예전에 유로자전거나라에서 한 기억이 있는데 내가 검색을 잘 못한 건지 지금은 찾아보기가 너무 어려워 이번에는 마이리얼트립으로 찾아보았다. 업체마다 루트는 거의 비슷했고 후기도 거의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투어선택의 주요 고려사항은 적절한 투어시간, 적정한 가격대, 유선이어폰 무상제공가능여부 이 세 가지를 보았다.
적절한 투어시간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하루종일은 절대 무리였다. 투어는 2시간과 4시간짜리 옵션이 있었다. 아기가 밖에 오래 돌아다면 대체적으로 내게 안기려고 해서 4시간짜리도 나에겐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짧고 강렬한 2시간짜리로 결정했고 전날 부랴부랴 신청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서치 했었는데 결국엔 전날 구매를 하다니 우리 참 즉흥적이다. 한편으론 전날에도 투어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아기로 인해 눈이 떠졌을 때, 너무 피곤해서 '투어 그냥 취소할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긴 했다.ㅎㅎ)
적정한 가격대
한 사람당 3~5만 원가량으로 가격대가 다양했다. 소규모정예는 조금 더 비쌌고 투어시간이 길면 당연히 더 비쌌다.
우리는 전반적인 도시 맛보기를 할 생각으로 가장 저렴한 3만 원대로 했다. 감사하게도 13개월 아가의 요금은 받지 않았다.
유선이어폰 무상제공가능여부
아무래도 요즘은 다 무선이어폰을 써서 유선이어폰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우리는 유선이어폰을 제공해 주는 곳으로 결정했다. 아기와 함께하는 투어다 보니 유선이어폰을 쓰고 있으면 아기가 자꾸 잡아당기거나, 아기를 내려놓거나 서로에게 토스(?)할 때마다 선이 자꾸 거슬렸다. 무선이어폰을 사용하는 수신기가 있다면 참 좋긴 하겠다. 비용은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서 결정된 우리의 투어는 바로 아래에 빨간 박스 친 상품!
https://api3.myrealtrip.com/partner/v1/marketing/advertising-link/jqR6Fp
<투어코스>
영웅광장 중앙 기념비 → 시민공원 내 바이더 후냐드성→안익태 흉상 / 세체니온천→밀레니엄 지하철 타고 시내로 이동→이슈트반 대성당→버스로 세체니 다리를 지나 부다지역으로 이동→어부의 요새→마차시 성당→부다 왕궁→국회의사당 조망
시작, '영웅광장'에서부터
모임장소는 영웅광장 중앙 기념비, 모임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준비물은 24시간권 교통티켓과 유선이어폰이었다.
우리 숙소에서 지하철로 9 정거장 떨어진 영웅광장 (회쇠크광장)에 내렸다. 너무 일찍부터 나선 나머지 거의 30분 전에 도착을 했다. 그래서 아기간식을 먹이고 사진 찍으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시민공원, 바이더 후냐드 성
가이드는 영웅광장 앞에 있던 기마상과 동상들에 관해 이곳의 역사를 쭈욱 설명하며 시작했다. 헝가리 사람들이 훈족에서 시작되었느니 마자르족에서부터 시작되었느니 하는 조상 뿌리에 대한 이야기며, 마자르족이 이 지역에 자리 잡은 896년이 의미 있어 그 뒤에 건축물들에도 이 숫자가 다 들어갈 거라고 기억하라고 하였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내용은 '부다페스트'라는 헝가리 수도이름이 '부다'지역과 '페스트'지역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 같이 하나의 지역명은 줄로만 알았는데 두 지역을 연결해서 지은 이름이라는 게 신기했다.
현재는 페스트 지역에 있고 고궁(?)과 자연환경이 많다면, 부다지역에는 왕궁이 있고 조금 더 도시적인 동네라고 했다.
더 집중해서 듣고 싶었으나 아기가 시작부터 나에게 안기려고 앙탈을 부리는 바람에 앞의 역사는 정신없이 휭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걸어가는 동안의 뷰가 너무 평온해서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시민공원의 맑은 하늘 가운데로 열기구가 떠있었는데, 전망대라고 한다. 가이드는 다른 곳에서도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굳이 여기서 볼 필요는 없다고 제안해 주었다.
이 앞에서 왜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가이드가 시민공원 내부를 둘러보라고 한 10분 남짓 준 것 같은데,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찍어준다 하여 대기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것이 바이더 후냐드 성이었구나 싶다.
뒤에 보이는 멋진 대저택 같은 건물은 농업박물관이라고 한다. 가이드 피셜, 농업박물관은 그냥 보기에는 외국인들에게 크게 흥미가 없을 거라고 했기에 우린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밖에 쓱 둘러보기에도 빠듯했다. 족집게 같은 가이드님이 솔직하게 말해주니 시간이 없는 여행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인 것 같다.
'애국가'의 안익태 작곡가 흉상
헝가리에 왠 우리나라 국가를 만든 사람의 흉상이? 하고 생각했다. 여기서 유학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리곤 그 뒤엔 아기가 울어대서 피해있느라 설명을 듣지 못했다........ 아쉽다.
세체니온천
헝가리는 유럽국가 중에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중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이곳에 있는 세체니온천이었다. 가이드말로는 부다페스트에서 처음 온천을 경험하시려거든 세체니온천을 추천한다고 했다.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밝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행 전 어떤 방송에 물이 가장 맑다는 겔레르트 온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기와 함께 가는 것이니 숙소에서 가까운 겔레르트 온천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세체니 온천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다. 워낙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아기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장거리를 이동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여행 끝나고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다 보니 우리가 예전에 요시고 사진전에서 봤던 게 바로 이 세체니 온천이었던 것이다. 그때 색감도 너무 이쁘고 뭔가 패턴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앞에서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었는데... 전혀 1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말 아쉽다. 실물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
밀레니엄 지하철 (1호선) 탑승 -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지하철
지하철을 타고 부다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곳 지하철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건 우리가 숙소에서부터 올 때 여행책자를 보고 이미 알고 있었다. 가이드님의 더 자세한 설명으로는 런던, 이스탄불 다음 세 번째로 지어진 지하철인데 전기로 된 지하철로는 최초이고 지어지게 된 경위를 흥미롭게 설명해 주셨다. 지하철이름은 우리나라처럼 1호선, 2호선 이렇게 돼있는 게 아니라 '밀레니엄' 같이 각 호선의 이름이 있는데 우리는 편의상 1~4호선으로 불렀다.
입구는 확실히 오래된 지하철답게 간단하게 테두리만 쳐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아침에 지하철을 탈 때는 검표 없이 그냥 탔는데 이때는 검표를 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검표하는데 24시간 교통권 같은 경우 유효시간 내에 '내려야' 무임승차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 1회권은 매번 펀칭을 해야 되는데 펀칭이 제대로 됐는지, 펀칭된 위치가 달라도 다 무임승차로 간주한다고 하여 가이드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주의를 주었다.
열차가 그리 길지는 않고 한 칸 당 좌석수도 많지 않다. 지하로 가는데 창문이 열려있었다. 시끄러움과 매캐한 공기는 덤.
성 이스트반 대성당
헝가리의 초대 국왕이자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인인 성 이스트반 1세를 기리기 위해서 지어진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한다. 이곳의 높이가 96m인데, 가이드가 처음 말했던 마자르족이 자리 잡았던 시기 896년도에서 따와 96m로 지었다고 한다.
주요 관광지인 성당과 국회의사당의 높이가 동일하게 96m인데, 이는 정치와 종교가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성당 동상들 밑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쓰여있었고 예전에 시계가 없던 시절에 성당에서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15분, 30분, 1시간 단위로 종을 울리는데 지금까지도 계속되었다. 어쩐지 우리 숙소에서 정시쯤 되면 종소리가 굉장히 많이 들리더라니. 성당은 예전에는 무료로 개방되어 투어 할 때 들어가서 좀 더 설명해 주었다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해서 지금은 생략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요망한 것.
역시 포토스폿! 가이드님이 가족사진을 예쁘게 잘 찍어주셨다. 귀여운 내새뀌
세체니다리
부다와 페스트 사이에 흐르는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주요 세 다리인 에르제베트, 세체니, 머르기트 중에 가장 유명한 세체니 다리를 버스 타고 지나왔다. 이 세 다리 색은 헝가리의 국기색인 빨강-하양-초록을 상징하도록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어부의 요새와 마차시 성당
세체니다리를 지나 언덕 어딘가에서 내리니 또 급격하게 등산해야 하는 길이 나타났다. 이날 날씨가 꽤 더워서 반팔 안 입었으면 힘들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어부들이 만들어 두었다는 뾰족뾰족 원뿔지붕의 요새와 지붕이 햇빛을 받으면 에메랄드 빛을 낸다는 마차시 성당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아가가 졸리고 배고파지니 계속 나에게만 붙어 있으려 해서 나의 체력이 한계를 다해갔다.
이제 마지막 투어지인 부다왕궁을 향해 가는 길에 있는 주변 건물들을 설명해 주었다. 유럽연합국기와 헝가리 국기가 같이 걸려있는 곳은 대부분 공사관이라고 한다.
그 외 이곳에서 많이 먹는 음식, 간식, 문화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었다.
마무리, 부다왕궁에서 부다페스트를 한눈에 담기
한참을 걸어 도착한 부다왕궁. 아기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엄마도 지쳤어.. 그래도 조금만 힘내보자!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에는 아무래도 경비가 서있었고 입구에 국기가 말려있으면 외출 중이란란다.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는 승강장 앞에 서서 전망을 바라보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멋있었다. 가이드가 왜 페스트에 있던 열기구 전망대에서 전망을 굳이 안 봐도 된다고 했던 건지 이해가 갔다.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가이드가 맛집정보가 필요하면 연락 주면 리스트를 보내준다고 했다. 식사하려면 다시 세체니 다리를 건너 반대쪽으로 건너가야 먹을 게 많다고 해서 필요한 사람들은 가이드를 따라갔다.
우리는 따로 움직이기로 하고 내려가 바로 앞에 있던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까지 내렸다.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구글링 해서 가장 가까운 밥집, 별점도 나쁘지 않은 곳으로 들어갔다.
https://maps.app.goo.gl/NZX2wy5MMuVMnmraA
박 바르주 레스토랑
주소 Budapest, Paulay Ede u. 7, 1061 헝가리
영업시간 오후 12:00 ~ 오후 11:00
전화번호 +3612680888
키워드 부다페스트맛집, 가성비식당, 아이와 함께
대기 없이 들어갔고 아기와 함께 노는 공간도 있어서 제대로 찾았다며 먹고 싶은 메뉴와 맥주를 다급히 시켰다.
분위기도 깨끗하고 아기와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정말 좋았다. 나는 오기 전부터 헝가리 대표 메뉴인 굴라쉬를 먹어보고 싶어서 굴라쉬와 맥주를 빠르게 시켜놓고 아기 기저귀를 갈러간 사이 남편이 고기 메뉴를 추가해서 시켰다.
오전 내내 엄마에게 매달려 지루하게 다녔을 아기를 위해 놀이공간에서 같이 놀았다. 음식 기다리는 시간 + 먹는 시간까지 장시간 아기가 얌전히 있어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아기 놀이 공간이 있는 게 정말 좋다.
굴라쉬는 한국 육개장 같다고 했는데, 나는 그리 생각되진 않았다. 그냥 소고기 수프였다. 거위 간 요리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주변에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다. 저분들도 지나가다 좋은 식당을 찾았구나 생각하며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가이드가 보내준 맛집 리스트를 쭉 보는데 이곳이 있었던 것이다.
알고 봤더니 한국인들 입맛에 맞고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유명한 식당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었고, 웨이팅도 긴데 우리는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서 잘 먹고 돌아왔다. 아침 샌드위치 이후로 사실상 제대로 된 첫끼였는데 성공적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가격도 맥주까지 다해서 11,683ft (한화 약 46,000원가량). 요즘 한국 외식 물가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주 적당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재정비하는 동안 아기는 잠이 들었고, 나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서 남편에게 주문을 했다. 남편은 집 앞 스타벅스에서 아아 한잔을 사다 주고는 일을 하러 떠났다.
그 뒤, 우리 아기는 계속 한국 시간대로 밤잠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대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너무너무 알차게 보냈던 본격 여행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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