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정하기 - 에어비앤비(AIRBNB)로
3월 미국 여행에서 숙소를 정할 때 느낀 바가 한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사진에 속지 말자.
미국은 특히나 치안이 매우 매우 걱정되어서 사실 숙소 컨디션보다 숙소 위치를 좀 더 중점적으로 보다 보니 안전한 동네 = 비싼 금액(숙소 컨디션 대비)이 되어버렸다. 찜해두었던 몇 군데가 망설이는 몇 분 사이에 다 마감이 되는 바람에 차차선책으로 적당히 괜찮아 보이던 곳으로 갔더니 체류하는 내내 좀 많이 불편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히 숙소를 정할 때는 세 가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다.
1. 넓은가?
2. 깨끗한가?
3. 관광지와의 위치가 가까운가?
우리는 비교적 오래 머무를 예정이기 때문에 좁거나 더러우면 아기와 함께 있기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관광지와의 위치가 너무 멀면, 남편이 일하는 동안 나 혼자 애기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엔 무리가 되니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주요 관광지가 있는지 보았다.
숙소에 대해서 우리는 호텔보다는 좀 더 '집스러운'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편이라 위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열심히 찾아보았다. 숙소 사이즈는 사진 속 가구들의 공간에, 어떤 사물을 기준 삼아 실제로 그 사물이 몇 개가 들어갈 수 있을지 어림잡아보았다. 깨끗한지 여부는 후기 + 숙소가 생긴 시기를 파악해서 뽑아냈다. 아기침대나 아기 의자가 있는지, 화장실에 욕조가 있는지 등등도 체크했다.
그래서 최종 선택한 곳은 이렇다.
부다페스트에서 7일 (9/28~10/4)
부엌 및 조리대
부엌은 심플했고, 조미료나 주방용품 모두 있을 건 다 갖춰져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유럽의 특성상 석회물 때문에 싱크대 그릇 건조대에는 석회가 눌어붙어있어서 남편이 깨끗하게 씻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었다.
조리대 쪽에는 간단한 차와 웰컴 간식, 커피머신이 있었고 그 밑 선반에는 작은 세탁기가 있었다.
구비되어 있는 차 중에 '루이보스 바닐라' 티를 먹어본 후 정말 반해서 나중에 헝가리를 떠날 때 가족들 기념품으로 한가득 사갔다. 대신 바닐라 말로 캐러멜 맛으로! 캐러멜 맛이 훨씬 더 깊은 풍미와 달달한 맛이 나서 내 취향 저격이었다.
세탁기도 쓸 만 한가 보았는데 세제통을 열어보니 곰팡이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세탁해서 쓸 엄두가 안 났다. 그렇지만 장기여행이라 세탁을 한번 하기는 해야 했다. 그래서 이 세제통도 남편이 열심히 닦았다. 그렇지만 완전히 닦이진 않았다.
세탁기의 세제통은 첫 신혼집에서 멋모르고 그냥 닫힌 채로 일 년간 사용하다가 이사할 때 열어보고 나서 경악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뒤로 우리는 매번 세탁기를 쓴 뒤, 무조건 세제통은 완전히 빼서 건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지만 이런 에어비엔비에서는 누가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하겠냐 싶어... 그냥 꾹 참고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옷도 최소한 빨아야 하는 것만 빨았다. 세탁물도 유연제가 없어서인지 석회물로 세탁해서인지 옷들이 정말 빳빳해져서 세탁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
안방
방은 싱글베드 두 개가 붙어있는 침대방으로 2개가 있었고 우리는 아기침대를 요청해서 아기침대도 있었다.
그런데 아기침대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높이의 아기침대가 아닌, 플레이야드로 아기침대가 있어서 도저히 아기를 그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 땅과 거의 붙어있는 데다가 너무 출렁거려서 아기가 절대로 잠이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세 가족이 한 침대에서 자기엔 좁아서 남편 혼자 방 하나를 쓰고, 나와 아기가 같이 잠을 잤다. 여행까지 가서 남편과 생이별은 아쉽지만 아기는 자다 깨면 나를 찾기에 어쩔 수 없었다.
방 크기는 둘 다 넓었고, 채광도 좋았다. 밤에 잘 때는 셔터로 창문을 가릴 수 있어서 완전 암막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 느낌엔 아기가 우리 집에서보다 더 숙면을 한 것 같았다.
거실
거실 공간도 넓었다. 아쉬웠던 건 소파와 러그가 너무 더러웠다는 점. 아무래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다 보니 러그가 그렇게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아기가 돌아다니는 시기라 러그를 만지려고 할 때가 많았다. 소파도 패브릭 소파라서 아무래도 더러운 게 눈에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 가능하면 아기의 맨몸에는 닿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다이닝룸과 발코니
거실 옆쪽에는 다이닝룸으로 쓸 수 있는 식탁이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식사와 남편이 일을 하는 공간으로 잘 사용했다.
바깥으로 발코니도 있어서 우리는 첫날 거기서 식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추웠다.
그래서 그냥 바라만 보는 걸로 만족했다.
화장실
샤워실과 욕조가 분리되어 따로 있었고 공간도 넓었다. 화장실은 새로 리모델링을 했나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욕조가 깨끗해서 아기를 씻기기에도 편하게 이용했다.
엘리베이터
거의 킹스맨에 나올 것 같은 구식 엘리베이터다. 손으로 문을 여닫고 타야 하고 중간에 덜컹 멈추기도 한다. 순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버릴까 봐 매번 두려움에 떨며 타야 했다.
부다페스트 숙소 총평
이곳을 고른 이유는 숙소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왠지 깨끗할 것 같다. 관광지와 걸어서 다니기 아주 편하다였던 점이었는데, 숙소가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것만 얼마 안 됐을 뿐 건물자체는 꽤나 연식이 있어서인지 내 생각만큼 아주아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사이즈가 넓었고, 주방이나 화장실 등 관리가 잘 안 되면 아주 더러울 수 있는 공간들이 그래도 깨끗한 편이어서 아주 잘 지낼 수 있었다. 동네도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곳이어서 걸어서 주변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다만 저녁까지 손님들이 식사와 술을 마시느라 조금 시끄러울 순 있었지만 여행객에게는 그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수건을 6일 동안 묵는데 처음에 큰 바디타월 2장, 작은 수건 4장만 주어서 추가적으로 더 요청을 했어야 했다.
프라하에서 4일 (10/5~10/9)
숙소외관
우리는 프라하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이기 때문에 짐을 들고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언덕에 있어서 짐을 가득 들고 올라가기엔 조금 힘들었다. 커다랗고 우리가 좋아하는 진초록의 대문을 지나 들어가도록 되어있었다.
부엌과 거실
초록 대문을 지나 들어오니 으잉?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물이 완전히 새 건물이었다.
나는 사실 체코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찾아가면서 왠지 더러울 것 같다. 큰 기대는 하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면서 올라갔는데 웬걸, 내가 여태 묵었던 숙소 중에서 가장 깨끗했다. 그냥 새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부엌도 당연히 너무 깨끗하고 거실도 소파도 모두 깨끗했다.
창문뷰와 현관
바깥뷰는 작은 공원을 조성해 둔 것처럼 자연친화적이었다. 다만 커튼을 치지 않으면 맞은편 이용객들이 우리 집 내부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현관 역시 넓고 깨끗했다. 그냥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깨끗하다.
화장실
화장실도 당연히 깨끗했다. 비록 욕조가 없어서 아기를 씻기기에 좀 위험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2인 1조로 씻기면 뭔들 못하랴, 깨끗한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이곳 세탁기도 세제통은 곰팡이가 있긴 했으나 생긴 지 얼마 안 되서인지 그래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세탁할 건 없었다.
침실
베드가 있는 침실은 하나였고 이곳은 침대가 부다페스트 숙소보다는 넓었다. 여기서도 아기침대를 요청하긴 했는데 역시 플레이야드가 아기침대라고 주었다. 그래도 여기선 아기 침구가 깨끗하게 제공이 되어서, 아기를 한번 눕혀보고 잘 만하면 재워볼까 했는데, 프라하로 넘어와서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서 아기를 저상침대에 재우기에는 땅의 찬 기운이 너무 닿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 사이에서 재울 수밖에 없었다.
복도, 엘리베이터 모두 그냥 깨끗 그 자체였다.
프라하 숙소 총평
숙소 컨디션은 그냥 최상이었다. 전부 깨끗해서 지내는 동안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위치가 언덕에 있었던 점, 중심에 있기는 한데 애매~~ 한 중심이라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하기 애매했다. 언덕을 올라갈 힘이 없을 정도로 지쳤을 땐 우리 부부 서로 말이 없어질 정도로 조금 힘들었다. 룸컨디션 최상, 위치는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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