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일부터 이제 겨우 18개월을 살아가고 있는 아기가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딛였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아기가 엄마와 떨어져 30분을, 직계 가족이 아닌, 완전한 타인과 함께 보내야 했다.
역시나 아기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한참을 울다 그쳐 훌쩍대며 내 앞에 서있는 아기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모든 부모들이 그러리라.
그런 하루를 보내고나니 아기의 자는 모습을 보며 한참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다.
아빠도 같은 '부모'이지만, '엄마'는 조금 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열 달 동안을 내 몸에서 함께 지내고, 태어나서도 365일 24시간을 계속해서 붙어있다보니 이 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엄마인 내가 우주고 온 세계가 된다.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이런 존재가 된다는 게 참으로 감격스럽다. 남편이 나를 한없이 사랑해 주는 것과는 또 다른 '사랑받는' 느낌이다.
어두운 밤, 자다 깨 비몽사몽간에도 아기는 아빠와 엄마를 분명하게 구분해 낸다. 중요하고 예민한 순간에는 꼭 엄마를 찾는다. 세상 떠나가라 울던 울음도 나에게 오면 뚝 그치고, 내 품에 포옥 안길때면 때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론 정말 사랑스럽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반대로 아기의 아빠이자 남편에겐 서운하고 섭섭한 순간이 된다.)
나는 아기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잠들기 전에는 아기 사진을 보며 또 보고 싶어하고, TV에서 부모자식간의 스토리만 나와도 내 아기가 보고싶고 생각난다. 심지어 푸바오의 아기 시절을 보고도 내 아기가 생각났다.
아기 없이 여행가는 것도(그런 적은 없지만), 아기 없이 사진찍는 것도 다 어딘가 불완성작인 듯한 느낌이 들고, 어딜가나 아기 용품 쇼핑하는 것에 더 눈이 간다. 아기가 생기면 모든 생각회로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것 같다. 이래서 아기가 생기기 전에 신혼생활을 충분히 즐기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ㅎㅎ 아기가 태어나기 전 후로 모든게 달라지기에.
오늘 길을 가고 있는데 할저씨들이 아기와 나를 보며 "엄마는 힘들지만 지금이 제일 예쁘고 제일 좋을때다~" 하시면서 아기를 이뻐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선 그냥 웃기만 했지만 사실 속으론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아기를 다 키워내지 않았지만 지금의 모든 순간이 너무 예쁘다.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로 정말 예쁘다. 남편은 아기에게 빨리 크라고 하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 내 껌딱지로, 나의 귀여운 아기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내 도움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순간부터는 너무 서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다. 그래도 자연의 순리대로 받아들여야겠지만 말이다.
나는 엄마와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변에 서스럼없이 대화하는 모녀지간을 보면 항상 부러웠다. 그래서 나와 우리 아기는 꼭 그런 관계가 되도록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고 자녀와의 대화 방법같은 걸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도 열심히 벌어야겠지. 아무튼 개인의 삶에서도 동일하겠지만 엄마의 삶은 다방면으로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같다.
갑자기 잠이 안오는 밤, 생각이 많은 밤, 두서없이 글을 써본다.
▼2년 전, 남편의 글 '아빠가 된 소회'
https://minbeau.tistory.com/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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