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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권발급 글에서도 말했지만, 남편의 출장 소식에 갑자기 미국 여행에 도전하게 된 우리 모녀.
원래는 일주일 일정으로 갈 수 있었으나 남편 출장 일정 3일동안 혼자 미국땅에서 아가를 데리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4박 5일 일정으로 가게 된 미국. 말이 4박 5일이지 실제로 풀데이 2일, 도착한 날 반나절 이었으니 2일 반이라고 해야하나..? ㅎㅎ 여전히 너무 한 일정이었다.
아무튼! LA에 가기까지는 나 혼자 아가를 데리고 11시간 동안 가야한다.
베시넷과 유아식 신청하기
티켓팅을 하고 바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좌석 및 베시넷 (bessinet)과 유아식(baby meal)을 신청했다.
좌석은 베시넷 신청이 가능한 좌석 중 제일 앞좌석인 30D로 했다. 아가를 데리고 타든 아니든 성격 급한 나에겐 언제나 앞자리가 편하다. 더더욱 아기를 데리고라면 가능한 앞자리로 하는 것이 장시간 비행 후에 빨리 내릴 수 있어 좋다.
이착륙에 대비하기
이착륙시에 급격한 기압차로 인해 아가가 귀아파 할 수 있으니 이것에 대비를 해야했다. 내가 가장 신경쓴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 아가는 완모 아가인데다 쪽쪽이를 안해서 이착륙시에 젖을 물릴지, 젖병에 분유라도 먹일지, 아님 그외 다른 것 뭘 먹여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물, 액상분유, 바나나, 이유식, 감기약 등 각종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챙겨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에 갈 때는 이륙할 때 아가가 잠이들었고 잠든 아기에게 약을 조금씩 먹였더니 문제 없이 지나갔다. 착륙시에는 슬프게도 아기가 기내에서 먹었던 모든 것을 토하는 바람에 기운이 없는 상태라 나에게 안겨 자면서 그냥 지나갔다.
한국으로 올 때는 이전 비행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방심하고 대비하지 않았더니 이착륙 시에 엄청 울었고 이미 울기 시작한 뒤에 물을 먹이려고 하니 먹지 않고 귀를 손으로 막 만지면서 울었다. 우는 것도 기압차를 완화하는데 도움은 될 터이니.. 주변 사람들은 시끄럽겠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교통약자우대 게이트, 아기와 함께 보안수속하기
인천공항 터미널2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코로나 3년 후 처음 간 공항엔 지상직 승무원은 단 1명 뿐이고 모두 셀프백드롭(self bag drop) 시스템으로 바꼈다.
나는 미리 대한항공 앱으로 셀프체크인을 해두고 아기와 함께 갔더니 티켓 교환증을 받으러 D19 으로 가라고 해서 승무원을 통해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교통약자우대출구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사람이 없어 여권 확인 후 바로 보안수속대에 들어갔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보안수속! 아기와 함께 어떻게 보안수속을 하지? 터미널2는 특히나 캡슐통 같은 데 들어가서 손 들고 있으면 휭- 한바퀴 도는 X-RAY검색을 하는데 아가랑 들어가면 어떻게하지? 궁금했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다 트레이에 넣고, 아기를 안은 채로 캡슐통(?)이 아닌 옆 문틀(?)로 들어갔다.
용어를 모르니.. 다소 웃긴 표현이지만, 아무튼 터미널1에서 하던 방식으로 보안수속을 했고 나와서 아기와 나를 추가 검사한 후 짐을 돌려받았다.
기내 반입가능한 휴대용 유아차에 아가를 잠시 앉혀놓고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아가가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있어서 거기 직원들이 아기가 인형같다고, 애가 너무 순하다며 순탄한 여행이 되실 것 같다고 격려(?)해주셨다. 과연......
인천공항 수유실, 전자레인지가 없다?!
출국심사는 자동출국심사를 못하고 역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끝마쳤다. 이제 면세라인으로 드디어 입성!!! 들어가자마자 수유실을 찾았다. 내 게이트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방향이었다.
그 부근 수유실 표지판이 바로 오른쪽에 쓰여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근데 KAL 라운지 밖에 없고 막다른 길이어서 좀 헤맸다.
표지판이 이상해....
어린이놀이시설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들어간 곳에는 수유실이라고 직관적으로 보이는 곳이 없고 아이들 놀이시설만 있는 듯했다. 뭔가 STAFF ROOM 같이 생긴 곳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거기가 수유실이었다.
일단 이유식을 먹이려고 전자레인지를 찾는데, 또잉....?! 생각치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전자레인지가 없던 것이다.. 중탕을 할래도 큰 그릇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앞에 있던 카페 직원에게 20초만 돌려달라고 했는데 안전상의 문제로 전자레인지 사용이 금지되어 있단다.
남편한테 미리 수유실 위치와 상태 다 알아놔 달라고 했는데, 전자레인지 유무는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냥 직수만 하고 기저귀를 갈고 나도 화장실을 한번 가고나니 왠걸... 벌써 보딩시간이 되었다..
아기 데리고 우왕좌왕하고 싶지 않아서 거의 3시간 전에 공항 도착했는데 이렇게 여유가 없을일인가..?
역시나 혼자 6개월 아기를 데리고 가기엔 조금 벅차다.
유아동반승객 우선 입장하기
유아동반승객은 먼저 입장한다는 것을 알고 일찍이 갔는데 게이트 앞에 대체 무슨일...?
휠체어 탄 손님이 줄지어 있었다. 어디 효도관광이라도 오셨던 것일까....? 휠체어가 유아동반보다 더 먼저다.
휠체어 승객, FIRST CLASS, 모닝캄이 먼저 들어가고 나니 유아동반 승객 보딩이 시작되었다.
기내용 유아차가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들어가서 승무원의 도움으로 짐을 다 실었다.
확실히 바로 입구 앞자리라 좁은 복도를 힘겹게 가지 않아도 되고, 짐칸을 미리 선점 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길고 긴 나와 아가의 비행이야기를 해보려한다. ✈️
내 자리에 들어가자마자, 뜨악했다. 바로 옆자리에 아저씨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분명 체크인할 때 내 옆자리는 선택불가 좌석이었는데.. 이게 무슨일일까..
보딩 라인에서 오늘 비행기 만석이라고 듣긴했는데, 그래도 내 옆자리는 비어있겠지 생각했던 게 와르르 무너졌다.
심지어 아저씨라니... 모유수유... 어떻게 하지..... 하고 멍해졌다.
난 그 아저씨가 잠깐 앉아있던 것이겠지... 제발 보딩 완료되면 원래 본인 좌석으로 이동해 가시길...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반대편 쪽에는 외국인 엄마와 돌 좀 안된 아가가 타있었고, 그 분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분은 분유수유하는 것 같았는데 차라리 그쪽에 앉으셨으면 좋았을 걸...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이륙을 했고, 앞서 말했듯이 아가가 잠이들어 이륙할 땐 조용히 지나갔다.
좌석벨트 등이 꺼지자마자 베시넷을 설치해주시러 승무원들이 오셨고, 베시넷 설치전에 앞에 화면을 열어야 한다길래 안봐도 된다고 했다. 베시넷 설치 후 아가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니 곧잘 잤다.
성인 기내식이 나올 때 즈음에 신청했던 베이비밀이 먼저 나왔다. 유리병에 담긴 하인즈 이유식과 과채주스였고 차갑게 나왔다. 그땐 아가가 자고 있어서 나중에 중탕해서 먹여봤는데 아기가 먹지 않았다.
성인 기내식이 나온 동안은 아가가 자고있어서 딱 먹으려는 순간, 시끄러웠는지 아가가 으앙! 깼다. 그래서 옆에서 자고 있던 아가마저 깨웠다. 아가가 둘이나 앉아있으니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울어도 덜 눈치보이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저쪽 아가는 곤히 자는데 내 아가가 깨워버리니 더 눈치보이고 괜히 미안해졌다. 에잇...
아가를 안고 기내식을 마시듯 먹었고 후딱 치워버렸다. 그리고 찡찡대는 아가를 안고 입석... 둥가둥가
아가가 안그래도 감기에 걸려서 마른 기침을 해대는데 기내가 워낙 건조하다보니 기침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았다.
베시넷에서도 잘 자지않아서 계속 안고 화장실 앞 공간에서 둥기둥기를 하고있었다.
아가가 먹을때가 되어 더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 수유가리개를 쓰고 왼쪽 수유를 했다. 그다음 수유타임엔 옆자리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른쪽 수유를 했다.
한참을 아기가 잠을 안자고 계속 찡찡대길래 화장실에서 5분정도 먹였는데 아가와 내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나중에 남편에게 화장실에서 먹인 에피소드를 들려주니 승무원에게 말해서 자리 마련해달라고 하지 왜 화장실에서 먹였냐며 혼났다. 나도 바보같은 내 자신을 탓하며.. 아가에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어느덧 비행 3시간을 남기고, 그렇게 몇번을 먹여도 아기가 잠깐 잠들고 금방 깨버려서 액상분유를 먹이고 3시간 푹 재우자 싶어서 액상분유 100ml를 중탕 시켜달라고 해서 먹였다. 아기가 꿀꺽꿀꺽 잘 먹었고 아기띠로 안아둔 채로 잠들었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났을까? 두번째 기내식이 나올 때 즈음 아기가 자다가 콜록 콜록 하더니 갑자기 분수토를 했다.
난...너무 당황해서 얼른 손수건과 갈아입힐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사실 출국 전에 집에서 분유를 먹여보자고 한번 먹였었는데, 그날은 아기의 컨디션이 너무 안좋은 날이었어서 그런지 아기가 분유를 다 토했었다. 이번에 먹일때도 조심스럽게 조금만 먹여봤는데 역시나...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 뒤부터는 악몽이었다. 아기가 먹었던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도 건조함 + 소화 안됨 때문에 물토를 하듯이 계속 켁켁됐다. 나는 최대한 습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 내 옷에 물을 다 쏟아두고 아기를 안고 수분이 날라가지 않게 얇은 담요를 덮어두었다. 하... 그때 정말... 내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내 욕심에 이 아기를 데리고 왜 그렇게 장거리 여행을 간다고 했는지, 소아과샘이 전날에 지금이라도 취소하면 안되냐 했던 말이머, 왜 분유를 먹였는지, 왜 건조하지 않게 더 세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아가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고 빨리 시간이 가서 남편과 연락이 닿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아기와 나는 한몸이 되어 토냄새를 풀풀 풍기며 착륙하고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당장 얼리체크인 하도록 말해달라고 했다.
입국심사는 아기와 함께라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스무스하게 입국심사를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갔던 질문은 하나도 안나오고 생각보다 쉬웠던 질문이지만 막상 뭐라고 답해야하지??싶었던 질문이 나왔다.
so,where are you going? 이었나... 난 그저.. 만신창이의 상태로 I'm here on tour.. 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ㅠㅠ
내가 말이 잘 안나와서 에어비앤비 숙소 주소를 보여줬더니 왜 3명이냐고 하길래, 남편은 이미 LA에 있다고 했다.
그리곤 불쌍해보였는지 그냥 보내주었다.
짐은 또 왜 이렇게 한참 뒤에야 나오는지, 짐이 나오는 것만 1시간 가량을 기다린 뒤 드디어 남편을 상봉했다.....!!
이후 여행기록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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