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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nic

<호두까기 인형> 발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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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발레를 보러 갔다.

티켓 오픈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이달 초에 예매했다. 어렸을 적 기억에 오페라나 관현악 연주 같은 걸 보러 간 기억이 있는데, 너무 졸려서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클래식한 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발레도 마찬가지로 클래식한 장르기 때문에 조금 주저했다.

아내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웬만한 좌석이 매진되었기도 해서 가장 안 좋은(?) 좌석인 B열 티켓을 예매했다. 저렴하게 인당 2만 원으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라이브 연주였다. 크리스마스이브라서 그런가 보다.

입장 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끝나고 찍었다.


7시 반 시작이었는데, 나는 좀 일찍 도착해서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는 KFC에 가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치킨 버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날 점심을 안 먹어서 그런지 징거버거가 그렇게 맛있더라. 미리 만들어 놓은지 꽤 된 걸 감안했을 때 얘기다.

티켓을 교환하고 입장했는데, 3층 150 몇 번이었다. 그래 제일 저렴한 좌석이니까 3층인 건 알겠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 완전 꼭대기였다. 공연장에서 제일 제일 윗 블록에 뒤에 한 4줄 있었나? 그렇게나 꼭대기였다. 무대를 (말 그대로) 내려다보고 있으면 앞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은 그런 자리다. 조금만 보고 있으면 목이 아플 지경. 그래도 앞이 통로인 자리라서 가리는 거 없이 편하게 볼 순 있었다. 그래도 2층 맨 앞이 제일 좋을 듯하다. 1층은 뭔가 전체적인 모습이 안 보일 것 같다.

빨간 공연장이 런던에서 뮤지컬 봤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시간이 되어 첫 시작은 프로젝션 영상이었다. 눈 오는 배경에 위치한 집에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장면. 난 처음에 그래서 발레 ‘영상’에 맞춰 ‘라이브 연주’ 하는 공연을 예매한 건 줄 알고 좀 당황했다. 한참 동안 영상만 나오길래… 막이 다시 오르고 사람들이 나오고 나서야 ‘아, 그게 오프닝 영상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파티장에 사람들이 모여서는 춤을 추는데, 색감이 엄청 화려했다. 머릿속에 발레는 어떻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때 깨졌다. 백조의 호수만 생각하면서 그냥 하얀 드레스에 어두운 배경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화려하고 예쁠 수가 없었다. 춤도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고 즐겁고 자연스러운 그런 춤이었다. 인형 역할들은 진짜 인형처럼 춤을 추는데 진짜 신기했다.

연극 같기도 하고, 뮤지컬 같기도 하고, 또 관현악 오페라 같기도 하고. 뭔가 일석이조 일석삼조 같은 느낌이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인형극 같은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음악이 끊이지 않고 나와서 좋다는 점. 관현악만 들으면 졸릴 텐데 보는 것도 있으니까 마냥 졸리진 않았다.

문제는 대사가 없으니까 설명해주는 게 없어서, 내가 스스로 보면서 온전히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드나 외국 영화를 좋아해서 자막 보는 거에 익숙한 나는, 처음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그래서 배우들의 행동들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를 못 하다가, 한 20분쯤 지나니 그때부터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뇌의 어떤 부분은 퇴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2부는 춤 대회였는데, 딱 주인공이 있다기보다는 20-30명이 다 같이 추는데, 열댓 명은 가만히 서있거나 자세 취하고 앉아 있고 몇 명씩 돌아가며 추고 그랬다. 처음엔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서 무슨 스토리인지 멍하니 봤는데, 보다 보니 호두까기 인형 주인공 말고 다른 인형들의 춤 대회인 것 같았다. 춤추는 동안 옆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은 한 자세나 동작으로 가만히 있으려면 엄청 힘들어 보였다. 춤추는 사람은 엄청 힘든 동작인 것 같은데 흔들림도 없이 부드럽게 추는 것 보면 엄청난 근력인 것 같았다. 폴짝폴짝 콩콩 뛰는 건 너무 귀여웠다. 다른 장르의 춤도 추는데, 되게 빠른 동작들을 적절히 끊어서 그 장르 느낌을 살리면서도 발레 느낌도 있는 게 신기했다. 그걸 또 관현악으로 연주하는 건 더 신기했다.

관현악 라이브인데 춤만 보느라 정작 연주는 못 본 것 같아 아쉽다. 너무 아래 있아서 눈에 잘 안 띄기도 했고, 연주자들의 움직임은 잘 안 보였다. 다음에 좀 더 가까이 앉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자세히 봐야겠다. 음악 듣고 있다가 언뜻 ‘아, 맞다! 이거 라이브지!!’ 하면서 소름 돋았다.

인터미션 때 눈꽃종이 줍는 산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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