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느지막이 출발
이 날은 병원이 오후 3시로 예약되어 있어서, 천천히 움직였다. 보통은 9시에 예약해두고 눈 뜨자마자 움직여서, 하루를 길게 쓰는 전략으로 했었다. 하지만, 오전 예약이 가득이었는지 오후로 예약을 잡아주셨다. 아침부터 우리는 며칠 전부터 해동해 둔 고등어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나는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저번에 후두염에 걸린 뒤로 편도염도 같이 와서 계속 기침하면서 아팠기 때문이다. 약을 지금 일주일 넘게 먹고 있다. 고만 먹고 싶다 약.
아침을 늦게 먹어서 별로 밥 생각이 없어서 그냥 TV 보고 있다가, 2시 반에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매번 버스를 타고 다닌다. 버스 타고 가면 집에서 병원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두 곳 모두 버스 중앙차선이라서 웬만한 버스는 다 지나간다. 좋다. 병원에 도착하지 예약 시간 5분 전이었다. 적절히 도착한 듯. 주말 오후라 그런지 평소보다는 사람이 좀 적어 보였다. 한 20분 정도 대기했다가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 투움바 파스타! 투움바 파스타!
아내가 투움바 파스타가 먹고 싶단다. 아기가 생긴 후로 입덧 때문에 잘 못 먹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바로바로 먹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 투움바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럼 아웃백 가자고 하니, 아마 한 입 먹고 말 것 같다고 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날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병원을 나오면서 투움바 파스타 얘기를 하길래, 그럼 아웃백 바로 앞에 있으니 가자고 했다. 한 번 거절하(는척 하)더니 자연스럽게 아웃백으로 향하고 있었다.
웨이팅은 없었다. 아무래도 점심때가 지나서 그런가 싶다. 번호를 입력하고 대기를 걸어놓으니 몇 분 안 지나서 들어오라고 했다. 빈자리가 몇 군데 있긴 한데, 그래도 사람들이 꽤 차 있었다. 점심 먹으러 와서 아직 안 간 건가 싶었다. 아내는 별로 먹지 못 할 것 같으니, 투움바 파스타랑 치킨 텐더 샐러드, 이렇게 두 개만 런치 세트로 시켰다. 양송이 수프가 너무 맛있다. 양송이 수프를 먹으니 또 등산 가고 싶다. 곧 음식이 나왔다. 배고팠던 우리는 금세 다 먹었다.
# 낙산공원 가자. 추운데?
그래도 간다. 일단 너무 집에 있어서 답답함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는.. 어쩔 수 없다. 따라가야 하는 수밖에. 그런데, 그냥 병원만 갔다 올 줄 알고 너무 얇게 입고 나와서 너무 추웠다. 덜덜 떨면서 지하철을 탔다. 혜화에 내리자마자 추웠다. 계속 춥다 춥다 쓰는 게 너무 불쌍해 보이지만, 실제론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나름 아내가 가고 싶어 하고, 요즘 운동도 잘 못 하니까, 나는 내 온 맘 다 해 같이 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진심으로.
# 낙산공원입니다. 오르막길 시작하겠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오르막길 오르기가 힘들었다. 몸이 위축되어 있어서 그런가, 아님 아침부터 혼자 밖을 너무 왔다 갔다 해서 기운이 빠진 건지. 하지만 오르는 길은 참 예뻤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매직타임이라서 햇볕이 참 부드러웠다. 낙산공원 초입까지 카페가 있는 길을 올라가고, 낙산공원 입구부터 본격적인 산타기를 시작했다. 말이 산타기지, 실제로는 그냥 잘 닦여있는 포장도로다. 그런데 한참을 올라가도 정상이 안 보인다. 이쯤 올라가면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멀었다.
오르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겨울이지만 지지 않는 솔잎 사이로 빨간 해가 있었다. 차가운 공기랑 갈색 나뭇가지, 빨간 햇빛은 참 잘 어울린다. 왠지 이천의 설봉산에 갔을 때 느낌이다. 그때도 한창 추울 때였는데, 낮은 산이라 산책처럼 다녀왔다. 마른 나뭇가지들과 낙엽으로 이뤄진 길이 너무 예뻤더라지. 언제 한 번 다시 가야겠다. 언제 갈 수 있을까 싶진 하지만.
# 낙산공원 꼭대기에 다다르면,
주변 일대가 보입니다. 탁 트인 하늘과 성곽, 성곽 너머로 보이는 성북구(?)인듯한 주변 일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그런데, 바람이 불어서 춥다. 이때부터는 얼른 사진 찍고 내려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꼭대기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커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들. 우리도 커플이니까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추워서 떨어질 수가 없어요. 난 추운데, 아내는 신이 났는지 계속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덜덜 떨면서 기다렸다. 그 와중에 찍힌 내 사진. 무덤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 덜덜.
사진만 봐도 추우니, 급하게 마무리. 안녕. 다음 서울나들이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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