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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aring

빙글빙글, 복작복작, 세미-임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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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잘 못 잤다.
계속 머릿속이 복잡해서 생각하다가 결국엔 또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아무래도 매트 방향이 너무 답답한 것 같다.

그렇게 피곤한 채로 출근을 했다.
임산부석에 앉아도 되지만 핑크 배지가 없어서 차마 앉지 못하겠다.

하루라도 빨리 핑크 배지가 필요하다.
진정 2주나 기다려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출근을 했는데, 남들은 여느 때와 같은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것 같은데
나 혼자 외딴섬에서 홀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모든 차가 평소보다 쌩쌩 달리는 것 같았고 늘 마셨던 차도 다시 한번 찾아보고 마셨다.

오늘부터는 점심 도시락이라서 밥을 먹고
비라랑 스벅에 가서 나의 첫 임밍아웃을 했다. (민규를 제외한)
아무래도 맨날 같이 있으면서 밥먹고 하다 보니까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60년 만에 볼까 말까 한 흑 호랑이 해라고 좋은 기운이 있을 거라며
비라 친정엄마가 비라보고 아기를 가지라고 했는데 내가 오히려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며 대박이란 말 밖에 안 나온다고 축하해주었다.

아직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하도 유튜브에서 무시무시한 사연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나서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내 안에 진짜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과 2일 전까지만 해도 그냥 임신일까 아닐까로 스트레스받았다면,
지금은 아기가 잘 자라고 있을까 아닐까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혼자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자꾸만 무서운 생각만 들었다.
아기 관련 앱에서 소통하는 걸 보다보면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어디서 자꾸 그런 것들이 봐지고 그런걸 보다 보면 나도 잘 자라나고 있을까 고민되고, 또 입이 간질간질해서 사람들에게 빨리 알리고 싶다는 것 등등...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은 마음의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비라한테만 말하고 2주뒤에 회사에 알리려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미 차장님한테 언제 사장한테 말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하고 싶기도 해서 톡을 보냈다.

연락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모성보호법이 있어서 12주 이내 36주 이상의 임산부에게 단축근로 혜택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신청해보라는 것이었다.

2주 뒤에 회사에 알리기는 개뿔, 그냥 당장 빨리 혜택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우선은 소이한테 이 사실을 먼저 알렸다.
사실은 소이의 그 신점 때문에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긴 했는데 아무튼 생각보다 많이 빠르게 알린 셈이니
또 하나 털었다. (내 스스로 자꾸 이런 사소한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후임이 축하선물로 간식을 임신부용 간식을 선물해 줬다

그리고 관리부 차장님한테 그 보호법 관련해서 우리 회사도 신청할 수 있는 건지 확인 요청을 해 놓았다.
축하한다는 답변과 함께 내일 사장님께 내가 말씀드리면 공식적으로 준비해준다고 한다.

모자보호법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시간 단축 신청서

언제부터 쉴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빨리 단축근무를 해서 조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출근 시간보다 퇴근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직 핑크뱃지도 없으니 더더욱 간절할 수밖에..

아무튼 오늘 저녁 8시엔 당근이 예약되어있었는데
그조차도 내가 집에 들었다가 나오기가 힘들 것 같아서 민규를 대신 보냈다.
정말... 착한 남편

나 힘들다고 하니까 말없이 밥도 해주고 당근 거래도 나가주고,
비록 침대 매트리스까지 돌리라고 시키니까 살짝 터질 뻔 한 듯하지만 말이다.
설거지까지 마무리 될 때까지 나는 아기 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마치 짠 듯이 설거지를 마무리하자마자
이 닦고 활동하기로 마음먹고 나왔더니 민규가 당황스러워했다 ㅋㅋ

그래도 아직까지 꾸준하게 실천 중인 일기 매일 쓰기는 포기하지 말기로 하자.
조금만 안정기 찾으면 원래 계획했던 일들 꾸준히 다 해나가는 의지의 호랑이 엄마가 될 수 있길!!

2022년 1월 10일
민쀼의 베지채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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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채블
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