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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aring

새벽에 찾아 온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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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쯤부터 혼자 남몰래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뭔가 몸상태가 생리할 때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12월 셋째, 넷째 주에는 생리하기 전에 자궁벽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역시 안됐나 보다 하고 맥주도 편하게 마셨다.

무조건 생리가 터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먹는 족족 식도, 가슴 쪽으로 이어지는 그 부근에 음식이 계속 정체되어있는 듯한 느낌.
가슴도 평소 생리 때 아픈 것보다 훨씬 아프고 커져있는 느낌.
평소에 물 500ml쯤은 먹어줘야 한 번쯤 화장실 가는 나를 자꾸 1시간에 한 번은 화장실을 가게 만들었다.
또 생리 전엔 단 게 엄청나게 당겨서 맨날 초콜릿 우유, 초콜릿 과자를 끼고 살았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그런 게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정말 임신이라면 내 삶의 패턴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하는 생각에 혼자 설렘과 염려하는 마음에 두근거려 잠을 잘 못 잤던 것 같다.

목요일 저녁에 임테기를 사서 다음 날 아침에 남편 몰래 혼자만 그냥 확인해볼까, 아님 혼자만 실망하고 마는 거지 하다가 가끔 겨울쯤에 내 생리주기가 늦어질 때가 있어서 이번 주까지만 기다려보자 싶어서 안 했다.

그런데 금요일에는 이 생각 때문에 혼자 괜한 기대감과 설렘 때문에 잠 못 드는 것 같아서 미련하게 굴지 말고 그냥 한번 테스트나 해보자 하고 남편 몰래 임테기를 사 가지고 왔다. 밤에 잘 숨겨뒀다가 토요일 아침에 몰래 해봐야지.

안타깝게도 아침까지 내 잠은 버텨주질 못하고 새벽 3:30에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깼는데 아침이 아니라서 테스트를 할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곧 아침이 될 테니 그냥 지금 한번 해보자 싶어 임테기를 떨리는 손으로 주섬주섬... 몰래몰래... 부스럭 소리가 나지 않게 꺼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서를 읽어보고 또 읽어본 뒤 테스트를 해봤다.

그 테스트를 하는 동안에 어찌나 떨리던지 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왼쪽 칸의 줄이 일단 한 줄 그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 내 마음속에선 거의 1시간이 지나 간 듯했다.) 그 옆 에칸도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더니
중간 즈음에 희미하게 줄이 그어지고 점점 그 선이 선명해져 갔다.

후... 하...
그때의 감정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곤 임테기를 거실 테이블 위에 두고 그 앞에 혼자 멍하니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침에 남편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줄까 고민하다가 일단 자야겠다 싶어서 방에 들어가 누웠다.

새벽 3:30에 임테기 확인 후 멍하니 바라봤던 나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했다.
남편을 깨워서라도 이 소식을 전하고 싶을 정도로 입이 간질간질거렸다.

그러다 얼마 뒤,
갑자기 남편이 무슨 재밌는 꿈을 꿨는지 피식 웃으면서 잠에서 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쳐다보며 속으로 제발 '깨라 깨라' 빌고 있었다. 역시나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남편은 잠에서 깨서 꿈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나는 또 잠이 안 온다며 다시 나가서 자야겠다고 했더니 남편도 따라 나온단다.

이때다 싶어서, 거실에 나와서 임테기를 들고 와 말했다.
"이거 봐"

남편은 비몽사몽간에 이게 뭐냐며 한참을 실눈을 뜨고 봤다.

나는 그냥 웃었다.
남편도 이내 몇 초 뒤 상황 파악을 하고 난 뒤, 이게 무슨 일이냐며 같이 웃었다.

그때 시간 새벽 4시쯤이었다.
둘이 그때부터 잠에서 깨서, 한참을 어이없고 황당스러운 마음에 허허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선 드는 주변 사람들 걱정들로 이어졌다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가서 확인받자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겼던 거 같다.
새벽에 우리 둘의 모습이.

그렇게 계획하고 작정하고 벌인 일이었는데,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니 멍하고 현실감이 없었다.
병원에서 멍한 상태로 검진을 받고 아기집 확인, 임신 확정을 받고 나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아마 몇 주가 지나야 실감할 것 같다.

하루 종일 우리 대화는 주변 사람들 걱정, 태명 작명, 내 후임의 신점 이야기, 가족들에게 언제 말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새해 일출 등산도 아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안 갔을 건데, 몰랐고 아직까진 별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고
시작이 좋다 싶었다.

기운이 좋다.
심심풀이로 보는 내 사주 같은 것도 다 올해 기운이 좋다고 한다.
아무튼 너무도 신기하다.

지금부터는 하루하루가 너무 더디게 갈 것 같다.
조심조심히 잘 버텼다 24일 내 생일에 다시 검진하러 갈 때, 선물같이 잘 자라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 너무 신기하고 길고도 긴, 축복된 하루였다.

안녕, 아가야
앞으로 우리 잘 지내보자!

2022년 1월 8일
민쀼의 베지채블 일기 끝


+
후임의 신점 이야기
1/3 새해 첫 출근날,
후배가 주말에 신점을 봤다며 신나게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점쟁이가 자기한테
"너, 공부해! 8~9월에 너한테 기회가 올 거니까 공부해"
라고 말했단다.

그때 나는 순간 후배가 이직을 하려나 생각했다가
또 한편으로는 그 8~9월 후배에게 찾아 올 '그 기회'가 나에겐 출산휴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병원에서 받은 예정일이 바로 2022년 9월 9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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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