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신생아 2개월 예방 접종일이 되어 스케줄을 잡아놨다.
병원에 가기전에 혹시나 주말에는 접종을 안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를 해봤다.
오전 10시쯤, 전화 연결이 겨우 되어 2개월 접종 가능한지 물으니 오늘 사람이 많아서 조기마감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랴부랴 목욕시키고 준비해서 갔다.
(전날 할까 다음날 아침에 할까 고민하다가 전날 귀찮아서 목욕 안 시켰던 것을 살짝 후회했다.)
오전 11시, 병원에 도착했더니 주말에 독감 유행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아직 백일이 안된 아기라 선생님이 먼저 진료해주셨다.
우리가 진료실에 앉자 의사 선생님이 접종은 가능하면 평일에 오라고 하셨다.
오늘은 펜탁심(Dtap+폴리오 소아마비+Hib 뇌수막염), 폐구균만 접종받았다.
원래는 로타백신도 같이 맞는 건데 우리가 어떤 걸 맞힐지 선택을 못해서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오늘 맞은 접종 중에 폐구균 주사는 접종열이 있을 거라고 다른 맘들 글에서 익히 봤지만 따로 처방받은 해열제가 없어서 일단 지켜보고 있었는데 별달리 열이 나진 않아서 안심했다. 저녁 9시 즈음 체온을 재보니 37.6-8도가 되어가길래 수유를 하면 열이 떨어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보고 밤 10시경 수유를 했다.
그런데 젖을 빠는 힘 때문에 에너지를 쓴 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머리 몸이 뜨끈뜨끈하길래 다시 재봤더니 열이 38.6도로 올라갔다.
접종열이라고 알고는 있으나 38도가 넘어가면 해열제 정도는 먹여야 한다기에 급한 대로 119 전화 후 처치 방법을 문의했다. 해열제 처방을 받으려면 병원을 가야하고, 밤 10시가 넘어 응급실을 가야하는데 그 중에서도 영유아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은 몇 안 된다고 했다. 안내받은 응급실 중에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가면서 진료 가능한지 응급실에 전화했는데, 말투가 굉장히 불친절 했다. 전화를 받아서 설명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꾸가 없길래 내가 "여보세요?" 하고 되물었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말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가면 진료받을 수 있는 거냐고 했더니 응급실 가서 진료받을지 말지는 환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한다.
의료진들 힘들게 일하는 거 알지만 그냥, 응급실 운영하고 있으니 진료가 필요하면 오시면 된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딴 식으로 상담한 거에 대해 들이받았어야 되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 게 한스럽다. 최근에 갔던 병원들이 (산부인과, 소아과) 모두 친절해서 그런건지 이런 불친절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남편이 주차하러 간동안 내가 먼저 들어갔는데 보호자 1인만 출입할 수 있어서 내가 처리를 했다.
들어가자마자 열을 재는데 열이 38도가 넘어서 코로나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단다.
기다리고 있으면 불러준다기에 대기실에 앉아있었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한 20분쯤 기다려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나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옆에 있던 이솜이 또래로 보이는 아가 엄마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냐고 말을 걸었더니 코에 그렁그렁한 소리를 내는 거 같아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아기 엄마에게 문자가 왔는데 코로나 양성이 뜬 것 같았다. 이솜이랑 몇 달 차이 안나 보이는데 그래서 나도 갑자기 엄청 긴장했다.
다행히 이솜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솜이 임신했을 때 내가 코로나에 걸렸어서 항체가 생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아가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머리가 너무 멍해질 것 같다.
코로나 검사 후 또 20분 정도 후에 진료를 봤는데
의사 말이 정황상 접종열일 것 같기는 한데, 혹시나 우연히 오늘 다른 병이 있었는데 접종한 것 때문에 못 잡고 지나 갈 수 있으니 아기가 패혈증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 채혈&채뇨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해열제만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렇게 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뭐 아무튼.. 알겠다고 하고 조금 더 기다린 후 병실로 안내를 받았다.
우선 채뇨를 하는데 생식기 소독을 하고 소변줄을 꽂아서 소변을 60ml 정도 뽑아냈다.
근데 그걸 보면서 저 소변 겨우 뽑아내는데 받아내는 컵을 툭- 쳐버리면 다 쏟아버릴 것 같아서 솔직히 불안했다.
그리고 채혈을 하러 또 왔는데 주사를 두 번 꽂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 아기 손이 너무 작아 혈관이 잘 안 보여서 계속 톡톡 치고 바늘을 찌르고도 한참을 뽑아냈다.
이미 짜증이 난 이솜이에게 또다시 바늘을 꽂아야 해서 다리를 잡고 하시는데 애기가 움직여서 바늘이 빠졌다고.. 다시 또 한참을 다른 손 다른 발을 붙잡고 톡톡 치는데 애기가 이제는 진정이 안됐다.
난 아기가 악을 쓰며 우는 그 모습을 다시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이거 안 하고 싶다고 얘기하니, 안 해도 되는 건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채혈하러 오신 분께 말했고 주치의 샘한테 물어보고 오겠다했다.
주치의는 채혈은 중요하다고 블라블라.. 근데 소변검사 결과 깨끗하면 그냥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지켜보다가 열나면 다시 오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전날 핼러윈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터라 아마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 나갔을 거고 환자가 많다고 결과 나오고 처리되는데 1-2시간 걸린다고 했다.
무방비 상태로 헐레벌떡 오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는데..애기는 응아를 싸고 너무 찝찝할 것 같아서 거의 두 시간 정도 되었을 때 결과 언제나오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로 또 아무 말이 없길래 다시 가서 물어봤더니 소변검사 결과는 깨끗한데 채혈할지 여부는 아직 오더가 안 나와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애기가 12시쯤에 응아를 쌌는데 기저귀를 안 가져왔다고 하니, 기저귀 가져다주실 분이 없냐고 되묻길래 없다고 했더니 빨리 해달라고 말해본다고 했다.
나는 아까 주치의가 와서 분명히 소변검사 결과 깔끔하면 채혈 안 한다고 했는데 또다시 오더를 다시 받는다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도 절차가 그렇다고 하니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렸고, 한 20분 정도 더 있고 나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접종열 정말 간단한 문제였을 것 같은데 응급실이라 그런지 아니면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허비해야 하다니.. 진짜 기다리면서 각종 생각이 다 들었다.
바쁘고 사람 많다면서 진단을 꼭 이렇게 밖에 할 순 없는 건지...
정황상 접종열일 확률이 높으니 일단 해열제 먹어보고 경과 안 좋으면 다시 오라고 할 순 없었던 건지,
패혈증이 생길만한 다른 일이 있었는지 문진을 먼저 하고 채혈 결정을 할 수는 없었던 건지,
나는 내가 책임질 테니 해열제만 처방해달라고 강력하게 말하지 못했던 건지,
나는 왜 사람 많을 때 접종을 가서 해열제 처방도 못 받고 왔었던 건지,
접종 소아과에서는 주말에 사람 많으니 접종은 다른 날 오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건지...
등등 부질없는 원망의 마음을 혼자 늘어놨다 주워 담았다 했다.
좀 짜증 + 속상함이 가득한 상태로 새벽 2:30이 다 되어 집으로 다시 왔고, 수유를 조금 한 뒤 재웠다.
이 조그만 애가 얼굴이 빨개져서 으앙으앙 눈물을 흘리며 우는걸 한참 들으니까,
이젠 아기가 조금만 우는 모습을 봐도 견디기가 어려워졌다.
부모로서 감당해 내야 할 과정이겠지만 아기를 키우는 것은 정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또 한 번 생각했다.
아기가 생긴 후로부터 모든 것이 걱정의 연속인 것 같다.
그냥 나라면 "에이 ~ 괜찮아" 하고 넘어갔을 건데 아기는 그렇게 해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 일로 많은 것을 배웠다.
1. 응급실은 웬만하면 가지 말자...!!
2. 접종 같은 걸 한 후에 미리미리 발생될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비하자!!
3. 예방접종은 병원이 한가한 평일에 가자!!
4.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오는 것 같은 그런 훈훈한 의사샘들은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
5. 차에 가제수건, 기저귀, 아기 장난감 정도는 하나씩 항상 넣어두자.
*근데 그중에서 한편으로 또 모유 수유를 하니 갑작스러운 외출에 기저귀는 없지만 아기가 배고파하면 바로 밥은 줄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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