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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dev

다시, 이름을 정리하다 - 한자 이름 짓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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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과 1년 전, 우리만 쓰던 도구

아기 이름을 정해야 했을 때, 처음부터 뭔가를 만들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정리가 필요했다. 발음이 마음에 들면 뜻이 아쉬웠고, 뜻이 괜찮으면 한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자도 어떤 한자가 있는지도 몰라서 찾아보기도 힘들고, 어떤 식으로 조합해야 괜찮은 건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찾아보긴 했지만, 기준 없이 흩어진 정보들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더 헷갈렸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다. 성씨와 이름을 넣으면 가능한 한자 조합을 나열하고, 뜻과 획수, 음양이나 오행 같은 것들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고, 비교라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든 작은 페이지는 정말 우리 집에서만 쓰는 도구였다. 처음에는 Python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서 로컬에서만 돌렸고, 둘째 이름을 지을 때쯤에는 라즈베리파이에서 돌려서 아내가 핸드폰으로 접속해서 써볼 수 있게 했었다.


디자인도 대충 부트스트랩이랑 Tailwind CSS 간단하게 사용했었고, 설명도 없었고, 다른 누가 보라고 만든 것도 아니었다. 이름 후보를 뽑아보고,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면 그걸로 됐었다.

 

 

아기 이름 짓기 대작전

작명,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이제 아기 심바가 태어나기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예정일은 9월 9일이었지만, 아기가 머리를 아직도 위로 하고 있어서, 자연분만이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제

blog.minbeau.com

 

오래 방치되었던, 새로만든 서비스

그렇게 간단한 툴의 도움을 받아 이름이 정해진 두 아이가 태어났다. 초음파로만 보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고, 나는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안아줄 수 있게 된 대신, 조심해야 할 것도 함께 늘어났다. 가정의 일도 바빠졌고, 회사에서도 일이 많아져 나만의 취미 시간은 약간 사치가 된 느낌이다. 예전에 만들었던 것들을 다시 볼 여유가 없었다. 블로그에 남긴 글도, 코드도, 그때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아기는 없을 예정이므로...(?) 다시 쓸 이유도, 다시 고칠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주변으로부터 아기 이름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됐다.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는 말,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더 복잡해졌다는 말. 그럴 때마다 예전에 내가 만들었던 그 페이지가 떠올랐다. 다만 그것을 그대로 써보라고 제안하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부끄러웠다. 당시에는 나만 이해하면 됐고, 구조도 급하게 짜여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급하게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흐름을 다시 보고, 불필요한 건 덜어내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조금 더 붙이는 식으로. 이 과정에서 Gemini와 Codex를 많이 활용했다. 코드를 다시 정리하고, 불편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줄이고, 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 하다가 중간에 멈췄을테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정리한 결과가 https://babyname.minbeau.com 이다.

 

한자 이름 추천 MNA

 

정리했다는 것에 의의를

지금의 페이지도 여전히 거창한 서비스는 아니다. 다만 이름을 정리할 때 실제로 필요했던 흐름만 남겨두었다. 성씨와 이름을 입력하면 한자 조합을 보여주고, 각 조합의 의미와 몇 가지 지표를 같이 볼 수 있다. 어떤 이름이 더 낫다고 판단해주지는 않는다. 그냥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이름을 정하는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명확한 정답은 없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중에 돌아보면 다른 선택지가 보인다. 그래도 그때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들을, 이렇게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 필요해지면 또 고치고, 불편해지면 다시 열어볼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이어지는 기록에 가깝다. 다만 예전에 만들었던 것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한 번 더 정리해두었다는 점에서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은, 그 정도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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