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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aring

[38주 제왕절개] 둘째 출산기록 1-2일차 (햇빛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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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임신, 힘들다.

힘들었다. 임신 기간 동안 첫째와 너무도 달랐다. 지난 글에서 32주 차쯤의 증상까지 썼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36주가 접어들면서 오른쪽 세네 번째 손끝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또 손발이 퉁퉁 부었다. 첫째 등원 준비를 하려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출산을 2주 앞둔 37주 차에 접어들던 때에 첫째 감기, 나도 감기를 앓았다.

 

하반신이냐, 전신이냐, 그것이 고민이로다.

지난번에는 주치의의 권장으로 전신마취를 하여 아기를 꺼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의 이 세상 내 기억은 없다는 것이 왜인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하반신을 해보자고 결정을 했는데 (물론 하루에도 12번도 더 고민했다.) 감기에 걸려 코가 꽉 막히는 바람에 잠자는 것도 쉽지 않았다. 출산 전에 빠르게 감기를 치료해 보자 싶어 열심히 이비인후과를 다녔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가능하면 베개를 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신 마취를 하게 되면 하루동안 베개를 쓸 수 없단다. 그래서 출산 전까지 감기가 안 나으면 그냥 전신마취로 간다. Go! 

 

 

Day.1

둘째 수술일 : 38주 3일 차 선행제왕절개로 인한 제왕절개수술 진행

멋모르고 닥쳐왔던 첫째 출산때와는 달리, 출산은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번 출산은 매일매일이 조마조마했다. 부디 내 주치의 선생님 휴진 날 응급상황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별다른 이벤트 없이 정해진 수술 날짜가 다가왔고 수순대로 진행이 되었다. 여러 가지 조건과 현재 우리 상황에 맞춰 수술날짜는 2024년 11월 29일로 정했다. 공교롭게도 첫째가 세상에 나왔던 38주 3일 차 그리고 8월의 29일, 둘째 역시 38주 3일 차 11월의 29일이 되었다. 29일의 그녀들 ㅎㅎ

 

수술 시간은 오전 8:30, 병원에는 2시간 전인 6:30까지 오라고 했다. 7층 입원실로 가니 동의서 몇 장을 쓰고, 혈압과 체온을 잰 뒤 방을 배정받았다. 지난번과 같이 710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안쪽으로 쑥 들어간 706호를 배정받았다. 뭔가 더 좁은 느낌에 남편이 신발장 옆에 있어야 한다는게 좀 안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오가며 내가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던 방이었다. 아무튼 속옷 포함 입고 온  모든 것은 다 탈의하고 입원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간호사실에 가니 수술 라인을 잡기 위해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첫째 때는 양수가 터져 갑자기 간 거라 그냥 바로 5층 수술실로 들어가서 착착착 라인을 잡아주시고 체감상 거의 바로 기절했는데, 둘째 때는 정석대로 진행이 되다 보니 뭔가 더 절차도 많고 대기해야 할 것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조금 쌓였던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이미 코감기로 잠을 못 잤고, 전날은 여러 가지 잡생각으로 잠을 못 잤던 터라 더욱 그랬다.

 

마취방법의 당일 변경, 그리고 코로나 검사

마취 방법은 코가 너무 막혀 원래 예정했던 하반신 마취 말고, 전신마취로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요즘 코로나가 다시 또 유행이라며 코로나 검사를 해보았냐 하셨다. 나는 전날 해보았고 음성이었다고 말했다. 

 

수술실 입장 - 주치의의 가장 따뜻한 순간

드디어 수술실! 두둥! 지난번처럼 시계를 좀 보려고 했는데 시계가 없다.. 안보였다. 그래서 몇 시에 입실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남편한테 물어보니 8:30쯤 이라고 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가 누우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착착착 준비를 해주셨다. 특히 소변줄을 꽂을때 선생님이 오히려 나보다 더 안타까워 하시면서 느낌이 이상할거라고 하며 꽂아주셨는데, 워낙 능숙하게 잘해주셔서 그닥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소변줄을 꽂고 차가운 소독약을 바르고 누워있다 보니 그 모든 상황들이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속으로 '아, 하반신 마취했으면 내가 계속 깨어서 다 견뎌야 했을 텐데 나를 위해서는 전신으로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준비하는 동안 내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따뜻한 체온으로 손을 잡아주시면서 지난번과 같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 잘 될 거예요" 하시고, 두 발도 따뜻하게 만져주시면서 똑같이 말씀하셨다. 내 주치의인 정현철 선생님은  산모에게 항상 다정 모먼트이시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서윗한 순간이었다. 발까지 만져주시다니.

깨어나라 용사여(?)

그리고 2시간이 지나 간호사님이 내 어깨를 강하게 내리치시며 "일어나세요!" 하는 소리에 깨어났을 때, 남편이 옆에 있었고 이마를 맞대며 "고생했어"라고 말해주었다. 눈이 너무 안 떠졌다. 그냥 계속 자고 싶었다. 수술 부위도 욱신욱신했다. 회복실에서 옆에 있던 분도 깨어나신 듯했는데 계속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이러셔서 진통제를 두 방을 맞으셨다.(귀동냥ㅎㅎ) 남편은 나에게 "여보는 안 아파?" 하길래 "아픈데 참는 거지"라고 대답했다. 아프다 아프다 말하면 더 못 견뎌지니까 말이다. 

 

아들 같은 딸

비몽사몽간에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는지 확인했고 잘 태어났다고 했다. 휴우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다행이다.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그걸로 되었다. 그렇지만 생긴 건 확실히 첫째보다는 아들 같은 느낌이다. 첫째는 보자마자 '인형인가?' 할 정도로 투명하고 예뻐서 복숭아 같았는데, 둘째는 라인이 굵직했다. 하긴 확실히 움직임도 많았고, 먹고 싶은 것도 고기 고기였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했다.

 

찌그러진 토마토, 안녕?

 

공포의 피빼기 (출혈체크), 그리고 전신마취 부작용 '구토'

정신이 점점 깨어가는 동안, '지난 번에 그 제일 아팠던 피 빼는 건 언제 하는 걸까', '이미 하셔서 안 오시는 걸까'하고 생각하고 있던 때 간호사분이 오셔서 "출혈 체크 할게요" 하며 내 배를 꾸욱 누르며 피를 빼내셨다. 그건 정말 여전히 아프다. 윽

수술 후 출혈이 제대로 이루어 지는지 확인을 해야만 하는가보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토가 올라왔다. 배가 아프니 토를 하면 더 아플 것 같아서 울렁거리는 걸 참아보려하다가 다리에 쥐가 났다. 그러다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울렁거려서 진짜로 토를 확 해버렸다. 남편이 순간적으로 내 토를 받아주고 간호사를 불렀는데 금식한 상태라 그런지 물만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토를 한번 하고나니까 속이 한결 확 편해졌다. 

 

수술 직후, 몸이 너무 가벼워, 웨 가벼워?

그리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회복실 침대에서 내 침대로 옮겨가는 일을 할 때 분명 남편과 간호사분이 엄청 밀착해서 도와주셨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혼자 움직여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근데 웬일인지 몸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그래서 슉슉- 침대로 옮겨갔다. 또 지난번에는 좌우로 운동하는 일은 정말 한~~참 지나서  발뒤꿈치가 아파질 때까지 있다가 겨우 겨우 남편의 도움을 받아 움직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거의 바로 그냥 슉슉 돌아 누울 수 있었다. 심지어 브리지 자세가 그냥 슝~ 되었다. 뭐지?! 이 가벼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가 매우 잘 먹힌 것 같다. 

 

Day.2

수술 첫날밤 - 마취부작용 2  '가래,어깨통증'

아침 첫 타임부터 해서 그런지 낮에 그 모든 체크 사항들을 했고, 간호사님들도 밤새 찾아오시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코가 너무 막히고 목이 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이상하게 잠을 자려고 하면 꾸벅-하고 말고 꾸벅-하고 말았다.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살짝 가래가 끼고 어깨가 아파왔다. 그래도 가래가 지난번처럼 그렇게 답답하게 끼진 않았고 살짝만 끼다 말았다. 어깨 아픈 것도 그렇게 심하게 아프진 않았다. 이번 마취 부작용은 구토가 가장 큰 현상이었나보다. 또 마취가 완전히 깨어가는 건지 무통주사의 효과가 사라지는 건지 괜히 수술 부위도 아픈 듯했다. 내가 너무 섣불리 둘째라서 안 아프다고 단정 지었던 것 같다. 입조심 입조심

 

새벽 5시, 드디어 소변줄을 빼고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어지러우니 천천히 천천히 쉬엄쉬엄 일어났다. 2시간 뒤쯤 소변도 잘 보았고, 수액을 빨리 저리 치워버리고 싶은데 나오지 않아 답답했던 가스도 오전 10시쯤 빠앙- 하고 시원하게 나왔다. 세상 행복한 목소리로 간호사실에 전화해서 "가스 나왔어요~" 했다. 바로 미음이 나왔고 그제야 내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왔다. 

 

확실한 건 첫째때보다는 나 혼자서의 움직임들은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침대위에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비교적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다.! 3,4일차 회복기는 다음 글에서!

둘찌야 반가워!!

 

베지채블
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