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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2주차에 써보는 둘째 임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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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계속 써야지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던 둘째 임신기. 

첫 임신 때는 그래도 어떻게 임신이 되었는지, 임신 초반의 입덧 증상 정도는 기록을 해두었는데 둘째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나중에 읽어보면 꽤나 재밌는데 말이다. 그래서 드디어 마음을 잡고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임신의 발견 - 4주 5일 차

첫째 아기의 돌이 지나면서부터 둘째를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 보니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있진 않았다. 그러다가 시기적으로 10,11월 즈음에 가지면 그다음 해 상반기에 출산할 수 있으니 날짜를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해보려 했으나 삶에 찌들어 어영부영 그냥 몇 개월이 더 흘러버렸다. 그러다가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천천히 준비해 보되,  가능성을 0%만 만들지 말자 협의(?)하고 가임기간의 어느 날  단 하루 시도를 하였다. 

 

그리곤 시간이 한 달 여가량 흘렀고, 당연히 임신은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며 마음을 비워두고 있었다. 생리일이  하루, 이틀, 사흘.. 지나가기 시작할 때도 뭐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최대 30-40일까지도 생리를 안 할 때가 있었으니 그냥 그런 날들 중 하나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점점 또 가슴이 평소보다 좀 더 부풀어 오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외에 별 다른 증상은 또 없었는데.. 애매모호한 상태로 임테기나 한 번 그냥 해보자 싶어서 생리 4일쯤 지나서였을까? 임테기를 해보았는데 웬걸, 두줄이 나오지 않는가? 오잉? 또잉? 뭐지 이게, 이게 된다고?? 거참 신기하네..

 

임테기 두줄 확인

아무튼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임신은 그냥 마음을 비워야 하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너무 욕심내고 기대하면 안 오는 것.. 나는 엽산 같은 걸 챙겨 먹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엽산을 처방받으러 바로 병원에 갔다. 

첫째 때는 5주 넘어서 가서 바로 아기집을 확인하고 임신확인서도 받아오긴 했는데 이번에는 아직 아기집이 보일랑 말랑해서 임신확인서까지는 못 받고 엽산만 처방받아왔다. 

 

라섹한 지 겨우 2주 차, 어떡하지?!

문제는 라섹한 지 겨우 2주 차인데 각종 약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럴 줄을 몰랐지 뭐야. 그래서 바로 안과도 검진 가서 약 사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인받았다. 나는 자가항체 약을 구매했기 때문에 그나마 그거랑 인공눈물만 의지해서 눈을 회복해야만 했다. (항간에는 인공눈물조차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게 그리 위험할까, 내 눈도 일단 중요하지 싶어 인공눈물정도는 사용했다.) 눈은 아른아른거리고, 첫째 아기는 돌봐야 하고 또 새로운 아기가 생겼으니 후하.. 갑자기 여러 가지 한꺼번에 변화가 생긴 느낌이다. 

 

 

임신극초기 피 비침 - 5주 0일, 2일 / 6주 0일, 2일

 

첫째 때는 내 기억으로 14주 차에 피 비침이 좀 있었고, 그전에는 아주아주 작은 점만큼 한번 정도 나오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5주 차부터 피 비침이 꽤 연속적으로 500원 동전 정도 크기만큼 나왔다. 피 비침은 어떤 형태든 무조건 내원하는 것이 좋아서 피 비침이 나자마자 바로바로 병원에 갔었고 선생님은 왈칵 쏟아져서 패드에 흠뻑 젖을 정도면 얼른 병원에 오라고 했었다. 나의 상태는 사실 그 정도까지 나온 적은 없었으나 그래도 계속 불안한 것보단 나으니 피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그냥 병원에 갔다.(민망하지만 거의 3일에 한 번꼴로 병원에 갔다.) 어느 날 저녁엔 소변을 누는데 지폐 반장 만하게 나와서 마음이 계속 신경 쓰여서 이미 진료시간이 끝났지만 병원에 가서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받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저녁에 진료를 보러 갔더니 3층이 아니라 5층 분만실 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남편과 아기도 안으로 들어오진 못하고 나 혼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수술대 같은 높은 곳에서 초음파를 보았다. 다행히 아기는 무사히 있었다.

현재 아기집 밑에 피고름이 져있는데, 피가 흐르면서 아기집을 쓸고 내려오면 그게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셨다. 또 갈색혈이면 이미 피가 난 지 오래된 거라 괜찮을 수 있는데, 새빨간 피면 계속 피가 생기고 있는 상태라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갈색혈이긴 하지만 내 기준에 양이 좀 있어 보였으므로..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받아야 했다. 아무튼 나의 상태는 그렇게 위험한 상태로 보이진 않지만 뭐든 확신할 수 없으니 조심은 하라 하셨다.

첫째를 너무 많이 안아주거나 쭈그린 자세는 복압을 높여서 위험할 수 있으니 피할 것을 당부하셨다. 

 

둘째가 생기면 한 8-9주 차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심장소리 듣고, 산모수첩 받으려고 했으나 실제로는 마음이 불안해서 첫째 때보다 더 많이 가게 되었다. ㅎㅎ 둘째도 정말 소중한 우리 아기기 때문에 지켜야만 해!!

 

 

너무너무 배고파 - 먹덧?, 고기 주세요!

6,7주 차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왜 이렇게 뒤돌아서면 배가 고픈지, 엄청나게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센 스킨로션냄새도 불편했지만 첫째 때보다는 냄새에는 그렇게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의 스킨냄새는 지금도 코를 막게 한다.. 빨리 소진해 스킨...) 참기름 냄새가 좀 역하게 느껴졌었고 볶은김치나 김치찌개는 괜찮은데 생김치를 맛있게 먹고 나면 남은 고춧가루의 맛이 너무 속을 니글거리게 만들었다. 이건 지금 33주 차가 다되어가는 지금도 동일하다. 김치가 니글니글 하다니...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음식, 햄버거, 피자, 마라샹궈 이런 것들이 자꾸 당겼고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같은 게 그렇게 당겼다. 상큼한 과일도 마찬가지로 많이 먹었다. 먹덧 및 울렁거리던 증상은 한 16주쯤이 지나서야 거의 사라졌다. 

 

뒤늦은 태몽 - 지렁이가 우글우글, 11주 차

첫째나 둘째 모두 가지기 전에는 태몽 같은 걸 꾸지 않았는데 나중에 임신사실을 알고 나서 그 뒤에 어떤 꿈들을 꾸었다. 그냥 태몽을 꿔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꾼 건지, 아니면 진짜 태몽으로서의 꿈인 건지는 모르겠다. 

첫째 때는 엄청나게 큰 오렌지에 눈코입이 합성해 둔 것처럼 있었는데 그게 나에게 달려와 안겼었다. 둘째는 우리 집에 무슨 상자하나가 들어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지렁이 몇십 마리들이 갑자기 사방팔방 튀어나와서 남편에게 빨리 잡으라고 혼비백산했던 기억이 있다. 꿈을 꾸고 나서 검색해 보니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을 꿈"이라고 맨 첫 해몽에 나와있었다.

 

 

기형아 검사 인터그레이티드 & 1차 정밀초음파 - 12주 4일

기형아 검사 및 정밀초음파를 실시하는 12주 차가 되었다. 만 35세 이상은 니프티를 권장하지만 나는 커트라인으로 만 34세라... 그냥 인터그레이티드 기본검사를 했다. 정확도가 80% 정도라고 한다. 믿어보자 한 번 더! 4주에 걸쳐 총 2번 검사를 하고 나면 결과는 1-2주 뒤에 문자로 오게 된다. 그리고 아기를 상세하게 확인해 보는 정밀초음파도 진행을 하는데 목투명대, 콧대 등등 크게 문제없이 잘 크고 있었다. 형체는  뒤돌아 있는 모습으로만 보여주어서 겨우 겨우 보고 나왔다. 크게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으니 안심이다. 그저 건강하게만 나와다오.

 

기형아 검사 결과 정상!

 

1,2차 검사를 마치고 검사결과는 정상! 안심되고 또 감사하다. 

 

임당검사 - 임산부의 큰 난관, 24주 5일

임산부들이 또 하나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인 임당검사! 둘째는 유독 단 게 많이 당겨서 계속 초콜릿, 단 음식을 좀 많이 먹었던지라 좀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나이가 들 수록 당 수치는 좀 더 높게 나온다고 하던데 어떻게 되려나. 검사 2시간 전 공복유지(물만 섭취가능)한 채 검진에 들어갔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나는 약을 먹고 1시간 대기를 해야 해서 먼저 이름이 불리니 다른 손님이 욱했다. 자기 차례인데 뭐냐고... ㅎㅎ 저는 1시간 기다려야 해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약을 먹고, 1시간 뒤에 피검사를 한 뒤 결과가 1-2시간 뒤에 문자로 오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던지라 그 대기하는 시간 동안 벌써 검사가 나왔지만 나는 아직도 선생님의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임당검사결과 100 정상, 생존하셨습니다.

 

다음 진료가 다른 날이 아닌 바로 오늘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건가... 뭐 아무튼 140 이상 넘어가지 않으면 된다고 했는데 100이 나왔다. 첫째 때는 아마 90 몇이었던 것 같은데 살짝 오른 것 같네. 임당검사도 무사히 통과! 휴우-

 

입체초음파 - 얼굴을 보여다오, 28주 3일

이제 얼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게 되는 28주가 되어 입체초음파를 보러 갔다. 아기는 등원 보내고 둘이서 검진을 갔는데 이번 초음파 봐주시는 선생님이 엄청나게 꼼꼼하고 열심히 봐주셨다. 우리는 어느 정도 얼굴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제대로 안 보인다며 주치의 선생님 검진 끝나고 한번 더 봐주신다 했다. 그래도 여전히 잘 안 보여서... 다음 주에 다시 한번 보자고 하셨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봐주신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입체초음파는 혼자 평일에 갔다. 다른 진료 없이 초음파만 보러 갔다. 여전히 명확하게 짠 하고 보여주지 않고 계속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지난주보다는 어느 정도 잘 보여서 만족했다. 우리 부부가 워낙 닮아서 사실 둘째도 첫째와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첫째보다는 콧대가 조금 더 있어 보이는 것이 차이점이랄까? 아무렴 귀와 콧대와 머리숱은 아빠를 닮아주렴. 엄마는 속눈썹과 얼굴형을 닮아주렴. ㅎㅎ

 

눌린 찐빵이, 숨길수 없는 볼살

 

요통, 치골통, Y존통..?! - 32주 3일

 

첫째와 뚜렷하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아무래도 컨디션이다. 첫째 때는 초기 입덧이 조금 더 심해서 고생하긴 했으나 중기 이후부터는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서 엄청 잘 돌아다니고 운동도 하고 그랬었다. 근데 지금은 그냥. 너무. 힘들다. 몸이 막 녹아내리고 발에 족쇄를 찬 것만 같았다. 

 

첫째가 역아였어서? 아님 2살 더 젊었어서? 아님 그냥 처음이었어서? 모르겠다. 이번은 두위(정상위)에 2년이 더 늙은 나였고 찾아보니 이미 늘어나있던 뼈라서 인지 둘째 임신부터는 요통 치골통이 더 심하게 온다고 한다. 다리 부종이나 저림은 좀 덜하긴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너무도 힘들었다.

 

그래도 돌아다니는 것은 문제없었는데 갑자기 허리-꼬리뼈-치골뼈 쪽이 번개가 내리친 것 마냥 삐쭉하더니 허리를 쭉 펼 수 없고 걷기가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눕눕.. 허리 스트레칭 조금씩 하고 할머니들처럼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겨우 한 발씩 걸을 수 있었다. 정말 코어는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한 달 남았다.

이제 2주 뒤에 병원 정기검진을 가면 아기를 만날 날짜를 정하고, 막달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빨리 보고 싶기도 하고 아이 둘을 키우는 삶이 두렵기도 하다. 

 

지금 제일 걱정은 내가 병원에서 5일 , 조리원에서 14일 약 3주의 시간 동안 나와 떨어져 있어야 할 첫째 걱정이 제일 크다. 아직도 밤에 잠에서 깨면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우는 아기인데 어쩔 수 없는 순간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에 고민이 많다. 

 

마지막 한 달! 더 무럭무럭 자라서 얼른 얼굴 보자, 웰컴투 더월드 할 날을 기다리며.

 

베지채블
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