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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남편 생일이벤트 대작전 - with직쏨 (방탈출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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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의 기획 - 드라마 ' 이로운 사기'로부터

 
언젠가 남편과 드라마 '이로운 사기'를 보는 중이었다.
주인공 이로운이 어딘가로부터 협박 사진을 하나 받았는데 그걸 전달한 장소가 지하철 물품보관함이었다.
그걸 본 남편은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 며 해맑게 웃었다. 그때 나는 그걸 듣고 남편 앞에선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생일날 이걸로 이벤트 해줘야겠다!'하고 생각했다. 내가 임신 중이었던 작년 남편 생일즈음엔 만삭이어서 뭔가 거창한 걸 할 수 없었기에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지나갔었는데, 올해는 작게나마 뭐라도 하고 싶어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은 기계 외에는 크게 갖고 싶어 하는 게 없어서 난 늘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의 생일이 되기 얼마 전쯤에 백화점에 구경 갔다가 남편이 나이키 신발 하나를 맘에 들어했었다. 오프라인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좀 더 저렴하게 사보려고 신어 보기만 하고 나왔는데, 어떤 모델인지 제대로 봐두지 않고 나와버린 것이다! 그래도 기억에 의존해서 찾아보았다는데 온라인에서 도통 찾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 이후로 나이키 매장 갈 때마다 신발을 찾아다녔지만, 참으로 이상하게 하필  딱 미아 롯데백화점에서만 그 제품이 있었고 다른 매장엔 그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선물 마련하기 - 나이키 신발

 
남편 생일 일주일 전, 나는 그 신발을 사러 나섰다. 남편 몰래 신발을 사다 두고 생일날 이벤트와 함께 전달할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어떤 모델인지, 사이즈는 늘 신던 255가 맞는지 애매했다.
그래서 서프라이즈는 망했다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남편한테 아예 사진을 찍어 보내서 그때 사고 싶은 게 뭐였는지, 사이즈는 뭔지 물어보았다. 남편은 신이 나서 대답을 했고,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상 쿨하게 "생일선물이다, 이거 산다!"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직 서프라이즈는 늦지 않았다! 쿨하게 구매하고 나오면서 남편에게
"이거 지금 재고가 없어서 일단 주문해 놓고 4-5일 뒤에 입고되면 문자 준대, 그때 찾으러 오래"라고 말했다.

아주 간만에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잘했다 나란 사람. 
그리고 그걸 어디다가 숨겨놓을까 고민했다.
-차에 둘까? 그러다가 남편이 갑자기 차를 쓴다고 하거나 트렁크에서 뭐 찾는다고 뒤적거리면 낭패다.
-창고에 둘까? 창고 습하고 더워서 괜히 새 신발 망가질까 봐 겁난다.
-신발장에 넣어둘까? 넣을 공간이 없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겨울 시즌 옷들 쌓아둔, 당장 열어볼 일 없는 옷장 속 알비백 (SSG장바구니)에 넣어두기로 했다.
쓱배송을 시키지 않는 한 아주 안전한 장소이다.

선물은 준비완료!
 
이제 이벤트를 위한 밑작업이 필요하다. 물품보관함에 물건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근래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직쏘롱이가 멤버들을 감금하고 방탈출처럼 하길래 아이디어를 따와서 딸내미를 이용(?)해 직쏨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편집 어플은 예전에 남편에게 프러포즈한답시고 허접한 영상을 만들 때 썼었던 VLLO를 이용했다.
일단 아기 사진 중에 최대한 무시무시해 보이는 사진을 추려서, 아이폰에서 자동으로 아웃라인이 따지는 기능으로 사진 테두리를 오린 후 > Adobe Fresco (어도비프레스코) 어플에서 블랙 배경을 만든 후 > 붙여 넣기> 얼굴에 뱅글뱅글 그리기
이렇게 준비를 해두었다.
 

직쏨 4종 준비완료

 
그리고 영상에서 매 사진마다 필요한 멘트를 넣고, 자막, 음성, 효과를 넣어서 만들었다. 아이폰 12mini 작은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끄적끄적거리니 여간 감질맛 나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만들고 보니 정말 영상 편집하시는 방송계 사람들은 대단하다 싶었다. 영상에서 몇 초 몇 분 만드는 것일 뿐인데 생각보다 섬세해야 했고 해야 할 작업이 많았다. 
 
그렇게 완성한 영상은 당일날 혹시나 내가 말한 번호의 물품보관함이 사용불가 일 수도 있으니 편집본을 남겨두었다.
실제로 당일에 도착해서 보니 내가 원했던 8번 물품보관함이 없어서 대체로 1번 보관함을 사용했고 그 자리에서 부랴부랴 편집하고 남편에게 전송하느라 살짝 쫄렸다.
 
 

두구두구두구!  남편이 그날 하필 치과 진료가 있어서 퇴근하고 바로 치과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단서를 찾아내는 게 바로바로 이어지진 못하겠다 싶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당일날 남편이 갑자기 야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남편의 도착시간에 맞춰서 아가를 안고 쌍문역으로 향했다. 일부러 멀리서 보관함 문을 여는 걸 촬영하려고 스탭처럼 나와 아가 모두 눈에 안 띌 만한 어두운 옷으로 입고 나갔다. 

이벤트의  시작 - #1 직쏨의 등장

이벤트의 시작, 직쏨의 등장🔪
두구두구두구 직쏨이벤트 시작!

카톡 멀티프로필을 이용해서 프사랑 이름까지 "직쏨"화 하려 하였으나, 전에 테스트해본 결과 이름까지는 당사자가 저장한 이름으로만 뜨고 내가 설정한 이름으로는 안 뜨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저장명 '아내'의 이름으로 직쏨이라 주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남편은 내리기 15분 전쯤부터 직쏨의 영상편지를 받고 퀴즈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1. 물품보관함 번호는 네 아내의 생일월 : 이건 식은 죽 먹기다. 내 생일은 1월이니 보관함 번호는 1번
2. 비밀번호는 네 딸이 말해줄 것이다: 비밀번호와 비슷한 형태의 딸 입모양 사진을 찾아내어 보냈다. 사전 테스트로 언니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언니는 단번에 맞추길래 남편은 뭐 그냥 바로 맞추겠다 싶었다.
 

어쩐일인지 비밀번호를 맞추지 못하는 남편....

그런데 웬걸... 남편은 오히려 첫 번째부터 5를 영문 O로 생각했는지 0으로 시작했다. 그 외 얼토당토않은 숫자를 들이대길래 생각하기 싫은가 싶었다. 덕분에 쉽다고 생각했던 퀴즈는 점점 어려운 길로 향했고, 블루벋(친언니)이 한 번에 맞췄다는 말을 했더니 언니한테 갠톡으로 힌트를 구걸했나 보다..

처형에게 힌트를 구걸한 남편

 
영 못 맞추는 것 같아서 정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치킨을 시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띠롱 하고 날아온 동영상.

용케 비번을 알아내어 물건을 픽업하는 남편

 
어이없게도 치킨 시키는 사이 남편이 나오는 걸 완전히 놓쳐버린 나... 남편은 갑자기 치과에서 언제오냐고 연락와서 냉큼 선물만 찾고 치과에 가버렸던 것이다... 진짜 너무 허무하고 어이없고 당황스러웠다..
본인이 직접 찍었다고는 하나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중요한 순간을 어이없게 놓쳐버린 나...

그래서 우리는 치과에서 남편을 기다린 후 같이 치킨을 픽업하러 갔다. 남편에게 선물 봤냐고 했더니 아직 못 봤다고 하길래 빨리 보라고 했다. 남편은 아주 신나게 미소를 지으며 뜯어보더니 표정이 점점 이상해져 갔다. 대체 이게 뭐냐며....ㅋㅋ

 

선물이 아님을 깨달은 남편 1

직쏨의 두 번째 단서는 아내가 잡혀있다고 보이는 사진 한 장이었다.
원래 저 단서도 사실 차 위치까지 맞추도록 사진에 나타낼까 싶었는데 당일날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특별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문화센터 주차장에서 부랴부랴 찍었다. 
 
참고로 이벤트 자료로는 중요했지만 그냥 간직할 사진으로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단서 사진이 한 장에 1000원인지라 너무 아까웠지만, 그래도 명색에 이벤트인데 돈 좀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인화를 했다. 사진 인화는 월계 이마트에 있는 셀픽(selpic) 기계에서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프린트를 했다.

셀프 사진인화, 급할 때 유용하다.

이벤트의  시작 - #2 아내가 잡혀있는 곳을 찾아라

선물이 아님을 깨달은 남편 2

첫 번째 보관함의 비밀번호가 의미했던 차 번호, 직쏨의 사진에서도 나왔던 차 트렁크 속 내 손목. 그렇다. 내가 잡혀(?)있는 곳은 바로 우리 차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두 번째 단서. 남편은 아주 뻔하게 무슨 선물인지 알겠다며 차 트렁크에 가서 선물을 냉큼 들고 웃다가 갑자기 너무 가볍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아주 통쾌하게 당해주셨다. 
그 안에는 진짜 선물이 아닌 두번째 직쏨의 편지와 사진이 들어있었다. 너무 늦게 와서 아내를 다른곳으로 이동했다는 멘트와 함께 사진을 첨부했다. 편지에는 '알비'백이라는 힌트를 주기 위해 나름 편지 멘트를 꾸몄는데 사진에 너무 명확하게 힌트가 나와있어서 남편은 편지에 담긴 깊은 뜻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내가 그 의미를 따로 이야기해 주었다는 후문.
 

1,2번 단서들

 

이벤트의  시작 - #3 받아랏 선물!

드디어 선물을 발견한 신난 남편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선물을 찾아낸 남편! 세상 밝은 얼굴,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저 얼굴을 보니 나도 즐거워졌다. 

신난 아빠와 어리둥딸ㅇ_ㅇ


 그리 치밀한 단서가 아니었고 소소했지만, 준비하는 나도 재밌고 받는 남편도 즐거워해서 꽤 의미 있는 생일이 된 것 같아 기뻤다. 남편이 원하는 선물까지 모두 완벽했다.
 
마지막에 남편이 신발을 신어 보면서 "그래도 신발 빨리 나왔네?"라는 질문에
나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이미 그날 사가지고 왔었어, 일주일 동안 쭉- 오늘 찾은 거기에 있었어 ㅋㅋㅋ"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간 또 재밌는 이벤트를 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2023년 남편 생일 축하해!! 사랑해!!

베지채블
베지채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