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니로를 사전 예약한 후, 3월 말에 차를 받고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시간이 참 안 간다 생각했는데, 차를 받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버린 느낌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그래서, 이번에는 한 달 사용 후기를 쓰려한다. 차로 인해 바뀐 생활 패턴, 거리 인식의 변화,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에 대해서 말이다. 차 구입 과정은 지난번 썼던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차가 생기고,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차가 없던 시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하면 과장이 좀 심하지만, 실제로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긴 했다.
가장 생활에 와닿는 변화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장보기 패턴
예전에는 많이 사게 되면 무거운 짐을 직접 들고 와야 하기 때문에, 장을 볼 때 한 번에 많이 사지 못했다. 특히, 올해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부터 무거운 것을 드는 것에 주의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마트에 가면 한 번에 3~4만 원 정도씩 자주 구매를 하곤 했다. 집 근처에 이마트가 있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서 들르거나 저녁 먹고 산책 겸 다녀오고 그랬다. 이마트국민적금에서 매달 주는 쿠폰이 있는데, 그게 5만 원 이상 사야 5000원 할인해주는 쿠폰이다. 하지만 우리는 5만 원 이상 구매할 일이 잘 없어서 1년 동안 1번인가밖에 쓰지 못했다.
차를 사고 나서도 참새 방앗간 들르듯이 가는 버릇은 안 고쳐졌지만, 가끔 한 번에 많이 구매할 때 부담을 덜 느낀다. 동생은 코 앞에 있는 마트에 무슨 차까지 타고 가냐고 하는데, 그건 동생이 우리 집에 안 살아봐서 그렇다. 마트까지 그래도 빠른 걸음으로 10분은 걸린다. 800m 정도 되는 그 거리를 무거운 짐을 들고 가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하지만, 이제는 트렁크 열고, 넣고, 닫고, 출발! 하면 끝난다. 가까우니 집에 오는 길도 금방 온다. 집에 와서 따로 쉴 필요 없이 바로 또 무언갈 할 수 있는 체력이 남는다. 차가 생기면 잘 안 걸어 다닌다고 하는데, 딱 맞다. 뭔가 살찌는 느낌인 건 어쩔 수 없다.
두 번째는 배달 음식
우리는 배달 음식을 잘 안 먹는다. 배달 음식 시키면 항상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문제다. 이것저것 메인 음식, 반찬 등등 플라스틱 용기나 종이 포장이 너무 많다. 아파트 분리수거 다음날 배달 음식을 먹게 되면, 일주일 동안 쓰레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걸 보기가 싫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배달료도 부담스럽다. 둘이서 1~2만 원 정도의 음식을 먹는데, 배달료가 3000원 4000원이다. 그러면 무조건 2만 원이 넘어간다. 그러면서 시간도 오래 걸린다. 가끔 피크 타임에 걸리면 배차가 안 되어서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집 근처에 포장 주문을 해서 직접 픽업해 먹는 경우가 많다.
차가 생기고 나서는 위의 3가지 문제가 해소가 됐다. 먹고 싶은 메뉴가 집 근처에 없을 때에도 내가 픽업할 수 있고, 배달료도 안 든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니 냄비나 락앤락 같은 걸 가져가기 부담스럽지도 않기 때문에,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차를 움직이면 기름값 들지 않냐고 할 수 있긴 한데, 배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거리가 엄청 멀지도 않으니, 여러모로 배달료를 내는 것보다는 이득인 것 같다. 하이브리드라서 연비 부담이 덜 한 것도 한몫한다.
거리에 대한 인식도 바뀐다
예전에는 걸어서 10~20분 내로 갈 수 있는 곳,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 버스로 갈 수 있는 곳, 아니면 택시를 타거나 고속버스, 기차를 타는 곳. 뭔가 대중교통 접근성에 따라 구분해서, 시간 계산이나 멀고 가깝고를 인식했다. 하지만, 이제는 걸어가거나 차 타고 가거나. 두 개가 메인이고, 주차 가능 여부에 따라 가끔 대중교통 타는 걸 고려하게 된다.
확실히 대중교통으로는 한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엄청 멀게 느껴지는 곳이, 차로는 30분 내외로 갈 수 있게 된다. 운영시간이나 노선에 의한 제약도 없어서, 그저 원할 때 아무 때나 컨디션만 괜찮다면 갈 수 있다. 차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어, 갈만 하네?" 생각하게 된다. 그 거리가 실제로는 30-40km 정도이고,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1시간 반 두 시간 정도 잡아야 하는 거리이다. 이때는 "아, 멀다. 다음에 기회 봐서 가자" 하는 거리 말이다.
인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전에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갔던 곳들을 많이 다녔다. 처음 차를 받을 때는, "아, 괜히 샀나" 싶으면서 1년에 10,000km나 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한 달 지나고 보니 거진 매일 조금씩은 차를 움직였다. 마트에만 다녀온 날도 있는가 하면, 한 밤에 별 보러 간다고 가평까지 왕복 160km를 다녀온 적도 있었다. 결혼 2주년 기념으로 강릉에도 다녀오고, 화담숲도 가고, 처형네 집도 놀러 가고, 한강도 다녀왔다. 그 결과 한 달 지났는데, 1600km를 탔다. 이대로라면 1년에 2만 km도 바라볼만하다. 하반기에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더더욱 차로 다닐 일이 많을 테니까 말이다.
하이브리드의 실연비는 어떤가
내 차는 스타일 옵션을 추가하여, 18인치 휠을 장착했다. 휠 사이즈가 커지면 연비가 떨어진다 하여 조금 고민하였으나, 그래도 편의 기능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여 옵션을 추가했다. 18인치의 경우 공인연비가 복합 18.8km/L라고 한다. 기름을 가득 주유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880km 정도로 나온다. 연료 용량이 42L 인 것으로 보아, 연비는 21km/L 정도로 계산된다. 실제 지금까지의 누적 연비를 보더라도 21.2km/L로 딱 계산한 정도가 나온다. 보통은 20% 정도 남았을 때, 즉 주행 가능 거리가 180km 정도로 나올 때 가득 주유를 한다. 그렇게 되면 휘발유 주유량이 34~37L 정도가 되는데, 요즘 기름값이 비싸다 보니 6만 8천 원 정도 나온다.
연비 21km/L라는 게, 딱히 연비 신경 쓰면서 주행한 것도 아니다. 야간에 차가 없을 때나, 고속도로에서는 간간히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서 주행하기도 했는데, 내가 직접 EV 모드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고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신경 쓴다고 해서 연비 차이가 그리 나지도 않는다. 스마트 회생제동을 켜면 급브레이킹 되는 경우가 많아서 껐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나는 크루즈 기능을 자주 쓴다. 습관이 잘못 들어서 브레이크 밟는 타이밍이 좀 늦다 보니, 같이 차를 타는 사람들이 브레이크를 확 밟는다고 뭐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크루즈에게 브레이킹을 자주 맡긴다. 무엇보다 간선도로나 고속도로 탈 때는 크루즈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